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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글쓰기다 - 이제 번역가는 글쓰기로 말한다
이종인 지음 / 즐거운상상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전체적으로 내가 예상했던 책과 비슷했다. 이종인 씨의 문장이 술술 미끄러지듯 잘 읽혀서 본문(뒷부분의 번역 연습문제 제외)을 이틀만에 읽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은데, 굳이 정의를 내린다면 '번역 에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안정효 씨의 <번역의 공격과 수비>라든가 이희재 씨의 <번역의 탄생> 같은 '번역 강의'와는 성격이 좀 다른 책이다. 품사와 문형을 어떻게 처리하라는 기술을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교과서 같은 책을 원한다면 다른 데 가서 찾아야 한다.(하긴 뒤쪽에 실린 번역 연습문제도 적지 않은 분량이어서, 이걸 잘 활용한다면 실제적인 도움도 받을 수 있을 듯하다)
사실 번역을 하는 사람이 번역에 관한 책을 열심히 읽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짬이 날 때 독서를 하더라도 다른 책을 보고 싶지 또다시 영어와 씨름하고 싶지는 않다.(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영어와 한글을 비교해가며 읽어야 하는 다른 번역 관련 책보다 큼직큼직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 책이 더 친근하고 반갑다.
저자는 흔히 '원문 그대로'라고 말하는 기계적인 번역은 있을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하면서, "좋은 번역가가 되려면 글쓰기에 집중하라"고 권한다. 자신의 번역 철학을 모호하지 않은 언어로 당당하게 밝힌 셈이다. 이 책을 읽을 사람들 중에는 여기에 100% 공감하는 사람도 있고 약간 갸우뚱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번역을 하면서 매끄러운 의미전달을 위해 고심해본 사람, 문장이 전혀 우리말답지 않은 번역서를 읽으면서 짜증났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견해를 이해하고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글쓰기를 야구와 축구에 비유해 가며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설명하는 부분은 조금 장황한 감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번역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정말로 진솔하게, 과장됨이 없는 말투로 풀어놓는다. 선배 된 입장에서 모든 후배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내지만, 그렇다고 허황된 말로 번역 초심자들을 부추기지는 않는다.
하나 아쉬운 점은 책값이 착하지 않다는 것! 그러나 15년간 150여권의 책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의 경험과 노하우를 듣는 값이라 치면 뭐, 그리 비싼 것도 아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