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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 주고 싶은 밤
안은찬(키덜트) 지음 / 스칼렛 / 2015년 10월
평점 :
처음 만났던 10살 연두색 원피스를 입은 초롬의 해맑은 웃음을 보고 지욱은 첫눈에 반했을 것이다.
두사람은 서로 애틋한 감정을 간직하며, '좋아해' 라는 말이라도 할라치면 수줍고 온몸에 열도 오르면서 감정이 벅차 오르는 순수함을 그대로 표현해내는 19살 어린 연인이다.
그리고, 스무살을 하루 앞둔 지금 '사랑해' 라는 말을 생각만 해도 간지럽고 쑥스러움이 한가득, 생각만으로도 너무 좋아 웃음이 먼저 나오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연인이다.
12월 31일,밤 11시 57분 초롬이 교통사고로 죽게 되면서 지욱은 13년간 어둠 속을 거닐며 깜깜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13년전 자신이 사주었던 노란잠옷을 입은 초롬이 32살 어른이 된 지욱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초롬과 함께하면서 감격과 믿기지 않는 기쁨,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 계속해서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불안감.
현실이어도 꿈이어도 상관없었다. 또다시 초롬을 잃게 되는 것이, 초롬의 빈자리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그리고 꿈속을 헤매고 있는 19살의 초롬이를 찾으러 어린지욱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초롬이가 미래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고, 어린지욱은 절망하지만 초롬이를 살려야만 한다.
어긋나 버린 기억. 과거가 미래를 그대로 따라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 다른 우주라면, 다른과거의 조각이 서로에게 있듯 다른 미래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희망. 그렇다면 초롬이 죽지 않게 되는 일이 저쪽의 우주에서는 생길수도 있지 않을까.
큰지욱은 초롬과의 시간을 보내면서 외로웠던 지금까지의 시간을 보상받는것 같다.
초롬을 얼마나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살아왔으며, 긴시간 잊지 못한채 그리워 했는지.초롬이를 얼마나 사랑해 왔고, 큰 마음들을 전부 표현하지 못해 안타까워했는지 이제는 초롬이 다 알기 때문에 큰지욱은 이젠 더이상 바랄것이 없다.
초롬이는 자신의 모든것이면서 동시에 오랜 시간 과거에 얽매어있던 마음속의 짐. 이젠 마음속의 짐을 모두 내려놓을 것이다.
마지막 이별의 시간.
그동안 한번도 꺼내지 못했던 말 "사랑해", "사랑해,초롬아" "사랑해"
자신의 사랑한다는 고백을 초롬이가 들어준다는게, 직접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저 고마을 뿐이었다.
"울지 마요." "고마워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잊지 않고 사랑해 줘서. 나조차도 몰랐던 그 긴시간 동안 줄곧 내 곁에 있어 줘서....고마워요"
"사랑해요" "사랑해, 견지욱" ,"사랑해, 초롬아" "고마워"
꿈에서 깨어난 지욱과 초롬이
하고싶은 모든 것들을 지금 바로 해야만 했다. 하고싶은 말,하고싶은 행동, 어느 것 하나 후일로 미루지 않고 지금 이순간을 살아야 했다. 그래야 흘러가는 시간을 붙들고 싶을 만큼 억울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내일도 모레도 있겠지만, 오늘의, 지금의 이순간이 또 찾아오지는 않는 법이다.
".....사랑해."
12월 31일 11시 58분, 두려워했던 시간은 사라져 버리고, 두사람의 두려움이, 성숙해진 그 감정이, 모든것을 뛰어넘고 이겨 냈을것이다.
오늘은 그들의 마지막일 수 도 있는 날이자, 또 언제나처럼 사랑하기 시작한 '처음 그대로의' 날이었다.
밤새 읽으면서 가슴이 막막해지는 느낌이 들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사랑하는 초롬을 갑자기 잃은 큰지욱이 13년간 초롬을 잊지 못하고 상처받은 어린지욱 그대로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불쌍해 등이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큰지욱과 초롬이, 어린지욱의 마음이 느껴져 중간에 책을 덮고 싶어 손이 근질 근질,,,,
새드보단 해피를 좋아해서 고민이 중간중간 있었지만 어린지욱과 초롬이의 사랑을 응원하고 싶어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작가님,,,큰지욱과 작은지욱, 초롬이 모두 해피한거죠????
감성을 자극하는 가을동화를 읽은 느낌입니다. 아직도 큰지욱과 작은지욱,초롬이가 제마음속에 터를 잡고 있는것 같아요.
첫 출간작이 이렇게 예쁜데 다음 출간작은 또 얼마나 예쁠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좋은 작품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