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인간 관계에 소원해진다. 오히려 혼자일 때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하늘이 너무 파래서 눈이 부실 때 , 처음 가 본 가게의 음식이 취향저격일 때, 노래방 18번이던 노래가 어딘가에서 흘러나올 때, 참을 수 없이 누군가와 함께 이길 바라고 마는 나도 있다. 사는 동안 결코 혼자 일 수 없다면, 누군가와 함께여야 한다면, 그 누군가는 꼭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로 채우고 싶다. 그래서 함부로 관계를 맺지 않는 대신 내 주변의 인연을 소중히 해야 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 그것 이상의 삶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기록합니다>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왠지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유명한 사람, 위대한 사람 말고 그냥 좋은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고 말을 거는 것 같아 좋았다. '좋은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은 닮았지만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꼭 좋은 사람은 아닐 수 있으며, 좋은 사람이 꼭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대체로 좋은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될 확률이 무척 높다.
이 책은 심리상담사인 저자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고찰쯤 되겠다. 저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은 상담하는 환자뿐만 아니라 , 가족, 친구, 애인, 선후배, 은사, 여행지 숙소 주인, 동네 붕어빵집 아저씨까지 무척 다양하다. 그냥 내 주변의 사람들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의 일화들이 흥미로운 것은 심리 상담사의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이해와 애정이 있는 사람이 일상을 바라보면 이렇게 주변은 좋은 사람들 투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늘 좋은 편에 서 있는 저자의 태도가 무척 부러웠다. 이럴 때 나라면 어떤가 하는 반성도 해보고 말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초보운전에 관한 꼭지다. 주차장을 나오는 데만도 식은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깜빡이도 우회전 좌회전 헛갈리기 일쑤인 저자의 초보 운전자 시절 이야기다. 그런 저자에게 운전 연수를 시켜주겠다는 친구와 드라이브를 나선 길이었다. 긴장이 머리끝까지 뻗친 와중에 갑자기 눈 앞에 로드킬 장면이 펼쳐졌다. 자기도 모르게 반대 차선으로 핸들을 꺾어버린 저자에게 친구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