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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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몸이 아픈 사람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 찾기가 훨씬 쉽다. 당장 나부터도 몸이 아픈 시간보다 마음이 아픈 시간을 훨씬 더 많이 견뎌오지 않았나. ‘시간이 지나면…, 어른이 되면괜찮아 지겠지.’ 그 철썩같던 믿음들에 의문부호만 찍은 채, 불혹을 앞둔 지금까지도 어른의 시간은 아직 요원하다. 그렇게 나이만 먹은 성인들에게, 몸보다 마음이 아픈 그들에게 약이 되는 책이 나왔다.<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처음엔 김혜남님의 저서라 무조건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읽고나니 기침에 잘듣는 용한 시럽처럼 마음 아픈 곳을 가만히 들여다 보게 해주는 알약을 하나 삼킨 기분이다.

 

정신건강 전문의 김혜남, 박종석 공동 저자에 의해 집필된 이 책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각종 정신 질환에 대한 소개와 사례, 그에 대한 전문의적 견해 등이 실려 있다. 흔히들 겪는 우울증에서부터 각종 강박증, 공황장애, 무기력, 화병, 자해 등 뉴스 헤드라이트를 장식하는 각종 정신병까지 우리의 마음을 좀 먹는 병은 그 종류도 다양했다. 정신분석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도 어렵지 않게 풀어져 있고, 편집자의 능력인지 아니면 두 저자의 문장이 조화로워서 인지 마치 한 사람이 쓴 것 처럼 통일감 있는 흐름도 좋았다.

 


p.50  요즘 젊은 사람들이 나는 혼자여서 좋다!’고 하지만 사실 그것은 함께이고 싶다는 마음의 역설적인 표현 같아요.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거절당함으로써 느끼게 되는 고통, 실망감, 상실감을 경험하기 싫어서 일부러 혼자가 좋다라고자기 최면을 거는 사람도 분명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확실히 요즘은 혼자를 독려하는 분위기다. 나를 애쓰게 하는 모든 관계로부터 벗어나라고 조언하는 책들도 많다. 나 또한 귀찮음을 이유로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관계에 소극적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함께이고 싶은 마음의 역설이라는 말도 수긍이 간다. ‘혼자는 관계로부터 상처 받지 않기 위한 차선책일지도 모른다. 외로움만 감수하면 되는 혼자보다는 상처를 각오해야하는 후자가 훨씬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건강한 어른이 되려면 혼자라는 단어 뒤로 숨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관계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p.163  “우리 인생의 여정 가운데서 나는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었다네 제대로 난 길을 몰랐기 때문이라네.”라는 단테의 시 구절처럼 우울은 길을 잃은 상태와 비슷하다. 이런 무기력한 상태에서 길을 잃고 두려움과 고통에 짓눌려 헤매고 있을  , 우선은 그 어두운 안개 속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 그들에겐 필요하다.

 


무기력, 권태, 우울 이라는 감정이 한 줄 기차를 타고 나를 찾아오던 시기가 있었다. 마치 세트 같은 이 감정들은 불안이라는 뿌리를 두고 동시에 뻗어나오는 특징이 있었던 모양이다. 당시 나의 상황에서는 산후 우울증이라고 불러도 크게 무리가 없겠다. 그 긴 터널을 어떻게 빠져 나왔는지 분명치는 않지만 아이들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사실이 강력한 의지가 되었던 것 같다. ‘학습된 무기력에 대해 읽어내릴 때 가슴이 철렁 했던 것도 그런 이유다. 나의 감정이 아이들에게 배출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 또한 쉽지는 않으니 어른이 되는 일은 참으로 갈 길이 멀구나 싶다. 그래도 이 책의 저자들처럼 좋은 어른이고픈 사람들에게 손 내밀어 주는 진짜 어른이 있다는 건 마음 든든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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