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거위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문형렬 옮김 / 문학세계사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적 단칸방에 살던 시절, 유일하게 좋았던 점은 잠들기 전 아빠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일이었다. 아빠는 자신이 겪었던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제법 그럴 듯 하게 각색해서 들려주곤 했다. 그래봐야 두 세가지 레파토리의 반복이라 매일밤 똑같은 이야기를 질리도록 들어야 했지만 왠일인지 나는 그 시간을 매번 기대했던 기억이 있다. <아빠 거위>라는 책을 받아 들고 가장 처음 아빠의 목소리가 떠돌던 그 밤들이 떠올랐다. 긴 세월동안 엄마(마더구스) 뿐만 아니라 아빠들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 있었을 테다. 매번 똑같아도 기꺼이 들어주고 싶은 그런 이야기가

 

<아빠 거위>19세기에 나온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120년도 전에 나온 동시집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프랭크 바움, 삽화는 덴슬로우 라는 당대 최고들이 만나 훗날 20세기 최고의 동화책 <오즈의 마법사>를 만들어 내게 되는 효시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는 페미니즘이 막 생겨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는데 초반에 엄마 거위가 여성단체에 가입하면서 아빠 거위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는 서술을 보며 이 작품의 탄생 배경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외국 동시라는 부분에서 언어적인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을까가 가장 궁금했는데 이는, 국문, 영문을 동시에 실어 영어의 라임은 즐기면서도 전체적인 뜻은 쉽게 알 수 있도록 함으로서 해결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프랭크 바움의 재치 넘치는 이야기와 소재다. ‘’, ‘그런 적 있나요?’, ‘창문 없는 집를 읽으면서는 넘치는 재기발랄함에 쿡쿡 웃어버렸고, 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동물들을 보면서 저자의 폭 넓은 상상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삽화는 지금봐도 요즘 유행하는 클래식 디자인인가 싶을 정도로 세련된 맛이 있다.

 

난 옛날에 아빠가 들려주시던 말도 안되는 옛날 이야기들을 한번도 엉터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파더구스를 듣고 자라온 아이들도 역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웃기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오래도록 꿈을 꾸었을 것만 같다. 나른하고 기분 좋은 꿈, 통쾌하고 스펙타클한 꿈, 유쾌하고 환상적인 꿈, 세상 모든 종류의 꿈들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