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세계 속으로 : 일본편 - 걸세 PD의 일본 여행 베스트 12 걸어서 세계 속으로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 제작팀 지음 / 봄빛서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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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프로그램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애청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요즘처럼 정보 채널이 다양한 시대에 공영 방송사의 게스트 하나 없는 잔잔한 여행프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이 프로만의 매력이 있다는 방증일 테다. 개인적으로 이 프로가 좋은 이유는 보여주기식 여행이 아니라 순수하게 낯선 여행객으로서의 시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를 거닐면서 낯선 나라의 문화, 역사, 풍습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좋고 특히, 그 속의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모습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진정한 여행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은 이런 여행이야 하면서 나 또한 소파 위의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일본편>PD들의 일본 여행 중 베스트 12만을 간추려 만든 책이다. 지금까지 기획, 촬영, 편집, 원고작성까지 프로듀서 한 사람이 모두 진행해 왔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았다. 그래서 이 책은 각 챕터마다 지은이(PD)가 다르다. 일본은 가깝고 안전하다는 이유로 우리에겐 너무 식상한 여행지가 되었지만 이 책에 실린12명의 서로 다른 여행가는 우리를 새로운 일본으로 안내한다. 이들은 우동, 올레길, 영화 등 다양한 테마를 가지고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에서 최남단 큐슈(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을 누빈다.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서 실제 이 정도 동선의 여행은 나에겐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12명의 여행기 중에서 가장 내 마음을 끌었던 장소는 시코쿠다. 규슈의 올레길도 무척 흥미로웠지만, 시코쿠는 우리나라에 가장 알려지지 않은 일본 여행지가 아닐까 싶다. 리쓰린 공원의 일본식 정원이나, 예술의 섬 나오시마, 센과 치히로가 튀어 나올 것 같은 도고온천, 나쓰메 소세키가 거닐던 길들, 일본의 아름다운 거리 100선에 뽑힌 우치코 마을 등등 내가 모르는 일본이 즐비하다. 특히 새로웠던 오헨로순례길. 시코쿠섬의 88개의 불교 사찰을 순례하는 일을 오헨로라고 부른다. 순례길이라고는 산티아고밖에 모르던 무식쟁이에게 무려 1200년 전부터 일본에도 순례길이 있었다는 사실은 무척 놀라웠다.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저마다의 사연을 끌어안고 길 위에서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덤덤히 바라보는 여행자의 시선이 뭉클했다. 

  

일본은 가까운 만큼 여행자도 많고 여행정보도 풍부하다. 대부분의 유명 관광지에 한국어가 쓰여 있을 정도니까. 그러다 보니 정말 일본스러움을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인사동에서 전통적인 느낌을 받기 어려운 것처럼). 이 책은 그런 부분을 다소나마 해소해준다. 시끌벅적한 SNS용 여행정보들이 성에 차지 않을 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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