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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307/pimg_7338931712141761.jpg)
아직 2G폰을 쓰던 시절에는 하루종일 만나고 헤어진 친구와 밤새도록 통화를 하고도 이야기가 남아 내일 만날 약속을 잡곤 했다. 하는 얘기는 대부분 비슷하거나 지난번에 했던 그 얘기지만 뭐가 그리도 재밌었는지 귀가 뜨거워질때까지 깔깔거렸다. 요즘은 스마폰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어서 그 작은 화면을 이러저리 움직이는 일로 밤이 깊어지고는 한다. 핸드폰 화면이 쏟아내는 무한한 정보와 일방적인 이야기들이 의미 없이 느껴지는 어느 날엔 옛날 친구들과 밤새 떨던 수다가 그리워지곤 한다. <책이나 읽을걸>은 그렇게 누군가와 수다를 떠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를 쓴 유즈키 아사코가 쓴 에세이니 대화상대로는 찰떡이다. 뭔가 말이 잘 통할 것만 같다.
저자가 프랑스, 일본, 영국, 미국의 고전소설을 읽고 잡지(우리나라로 치면 ‘샘터’쯤?)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만든 책이다. 아주 오래된 고전이 아닌 근현대소설을 주로 다뤘고 그중에서도 여성 주인공의 이야기가 많다. ‘고전 속의 그녀들과 나눈 주관적인 수다’라는 표제 문구는 이 책의 모든 것을 명확히 압축한 문장이다. 나도 기꺼이 그 수다에 동참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