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행성을 기록하다 NASA, 기록하다
NASA 외 지음, 박성래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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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늘밤 유성우가 떨어질 거라는 뉴스를 보고 마음이 울렁울렁 설레였다. 하늘을 가로지르며 사라져가는 별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이들을 얼른 재우고 떨어지는 별들을 바라봐야지, 무수히 많은 별만큼 무수히 많은 소원을 빌어야지, 그리고 오래도록 하늘을 바라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곯아떨어지고 만 나는 새벽녁에야 아차 하는 마음으로 깨어났다. 먼 곳으로부터 어슴프레 해는 밝아오는데, 저기 어디쯤 아직도 별들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련스럽고 집요하게 하늘을 보고 또 봤다.


알퐁스 도데의 <>, 윤동주의 <별헤는 밤>, 생텍 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으며 자란 나에게 별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낭만 같은 것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아련함과 슬픔이 켜켜히 깃든 아름다움, 어떻게 해도 가까워 질 수 없는 외로움 같은 것들이 별을 생각하면 함께 떠오르는 감정이다. 다분히 문과적인 감상이다. 그런 내가 너무도 이과적인 주제의 책을 골랐다. 사실이지만 사실적이지 않은 몽환적인 사진들이 주의를 끌었다. 이 사진들은 미지의 세계를 기꺼이 탐험하려는, 인간의 프론티어 정신으로 이룩한 혁혁한 성과에 대한 기록이다

 

 

 

<행성을 기록하다> 이 책은 태양계에 있는 태양을 비롯한 행성, 위성에 대한 사진과 그 기록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나사가 공식으로 인증한 도서로, 우주에 숱하게 쏘아올렸던 탐사우주선이 찍어 보낸 사진들에 틀림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서문에 쓰인 말처럼 마치 우주탐험가 라도 된 것처럼 행성 사이를 유영하는 기분이다. 태양의 코로나와 수성의 크레이터, 금성의 구름, 달에서 바라 본 지구, 화성의 평원, 목성과 그 위성들, 토성의 고리, 천왕성의 푸른 대기, 여덟번째 행성 해왕성, 그리고 태양계 바깥의 플래닛 나인이라고 불리우는 미지의 세계까지. 특히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에 잠시 숙연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같다. 지구는 이기적인 인간들이 망쳐버리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행성이다.


이 책을 읽고 별이 태어나서 죽는 존재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태양 또한 50억년 뒤에는 죽을 것이고 그러면 태양계의 여덟개 행성들도 파괴될 것이라는 말이다. 엄청난 비밀을 알아버린 것처럼 머리가 띵하다. 우리의 이 아름다운 지구가 사라진다니. 하긴, 사시사철 괴롭히는 미세먼지, 사라져가는 북극곰, 위장에 플라스틱이 가득한 고래나, 코에 빨대 낀 바다거북 같은 현실을 보면 50억년이 되기도 전에 지구는 이미 멸망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나 푸른 별에서 우주 유일의 생명체로 살아 간다는 자부심과 함께 심한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는 내가 거실에 아무렇게나 펼쳐둔 책을 한장 한장 주의깊게 넘겨본다. 아이는 교육용 만화를 하도 본 터라 아마도 태양계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나 다를까 지구의 위성 달과, 태양계에서 행성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명왕성 등 자신이 그동안 주워들은 잡다한 지식들을 쏟아낸다. 책의 아름다운 사진들은 아이의 반짝거리는 눈에 천천히 맺혔다 사라진다. 아이의 방에 책과 함께 사은품으로 온 안드로메다 은하 엽서를 장식해 두었다. 오늘밤엔 별과 우주를 꿈꿀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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