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여행 -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유쾌한 노부부의 여행 이야기
홍일곤.강영수 지음 / 라온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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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온 삶을 탈탈 털어도 여행경험이 많지 않다. 떠나기보다는 머무르길 좋아하는 성향이라, 덕분에 여행 경험은 더욱 미천해졌다. 거기다 결혼에 아이까지 낳다보니 언제쯤 다시 여행을, 그것도 세계여행을 하게 될까, 그런 날이 오기는 올까 싶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그건 아이들이 한참 커서 내 손을 벗어났을 때쯤이라고 막연히 상상해 보기도 한다. 오랜 세월 의리로 다져진 남편과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머무르는 여행, 둘이 같은 방향으로 걸어왔다는 걸 확인하는 여행, 앞으로 남은 삶에 대한 마중 같은 여행, 그런 여행을 한번쯤 해보고 싶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여행> 이 책은 은퇴한 노부부의 여행기다. 경제학을 전공한 학구파 남편이 여행을 주도하면 아내는 조용히 여행에 동참하는 일로 그들의 여행을 완성시킨다. 나이가 많다면 많은 이들 노부부는 여행 계획부터 숙소예약, 길찾기, 교통편 찾기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일들을 스스로 해낸다. 그렇다고 해서 접근성이 좋은 유명 관광지나 둘러보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중국 성씨의 기원을 찾겠다고 중국 오지로 떠나질 않나, 어디에 붙어 있는 지도 모를 알바니아, 요르단의 페트라, 몽골의 어느 부족민 천막이나, 물도 전기도 잘 닿지 않는 동남 아시아의 어느 시골마을을 거침없이 누빈다.

 

 

 

 

이들 부부의 여행에서 가장 놀랐던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누구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함께 교감하고 소통하기를 즐긴다는 점이다. 여행을 즐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새로운 곳의 환경, 문화, 사람들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며 진정으로 이해하는 일은 나로썬 정말 쉽지 않아 보였다. 둘째, 여행의 출발이 지적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한때 융성했던 오스만 제국의 흔적을 찾거나,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쳤던 도시, 아테네에서도 한참을 들어가야하는 스파르타, 알렉산더 대왕이 태어난 곳이지만 그리스의 속국처럼 어정쩡해진 마케도니아 등등 각 지역의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저자 본인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여행을 한다.


여행 초짜인 내가 이들 부부의 내공 높은 여행을 흉내내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나이를 두려워 하지 않고 거침없이 꿈꾸는 것 그리고 부딪혀보는 것, 그렇게 하고 나면 무섭게만 느껴지던 일들도 다 별거 아니더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시행착오들을 거듭해 보는 삶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보다는 더 재미있겠다같은 생각들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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