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잡학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왕잉 지음, 오혜원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철학은 어렵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어지러웠고 질문에 대한 답이 질문으로 돌아올때도 현기증을 느꼈다. 수학처럼 명쾌하게 떨어지는 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과학처럼 실용적인 것도 아니고 문학처럼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철학 언저리를 맴도는 이유는 일말의 지적인 호기심 혹은 지적 허영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철학이라는 이름의 기품있는 학문에 대해, 모든 학문의 모태가 되는 그 깊은 원점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욕망에 대해 입 밖으로 내보이고 싶은 것이다.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철학잡학사전>. 이 책은 그런 나의 욕망을 꿰뚫은 듯, 철학에 대해 넓고 얕은 지식들을 담아내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들어 본 철학가, 사상가의 이름이 사전처럼 방대하게 들어 있으나 분량은 한장 정도로 나누어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짧은 글이 대세인 요즘 트렌드에 맞춰 내용은 간단하고, 구성은 사전형태로 언제 어디서든 아무곳이나 들춰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도입부에서 저자는 철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을 잘 살게 하는 지혜, , 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혜라고 꾸준히 강조한다. 철학이 그저 사유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를 개조하는 실천적 지혜로서 활용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과 편집, 구성을 보면서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철학을 좀 더 쉬운 학문으로, 실용적인 학문으로 접하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중국인이지만 중국 사상에 치중하지 않고 중국, 로마, 프랑스, 영국, 독일 등 각국의 많은 철학자들의 사상과 그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책에 실었다. 명상록을 읽을 이후로 좋아하게 된 아우렐리우스의 일화, 뉴턴이 조폐국 사장으로서 혁혁한 공을 세운 이야기, 훌륭한 사상가인 줄 알았던 프랜시스 베이컨이 실은 그 시대에 부패한 공무원 중 하나였다는 실망스러운 사실까지 처음 듣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후반부에는 주로 사상과, 사상이 변하거나 대립해온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헤겔의 변증법과 더 이전으로 올라가 변증법에 영향을 준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 사상, 하이데거,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와 그 실존주의를 등에 업은 보부아르의 여권운동, 동양의 성악설과 서양의 원죄론 등 수많은 철학 사상과 사상가들이 영향을 끼치며 발전 해 온 철학의 여러 얼굴들을 천천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더러는 어렵기도 하고 더러는 더 깊이 알고 싶은 호기심이 일기도 했다.



 

p.206 소크라테스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이 보리밭에 크고 잘 여문 보리 이삭이 있었을 텐데 너희들은 찾지 못했다. 너희들이 보리 이삭을 발견했어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혹시나 또 다른 좋은 보리 이삭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시 쉬는 시간에 읽으면서 잘난척 하기에 딱 좋은 철학책이다. 특히, 옛 고서를 연상케 하는 웅장한 책표지 덕분에 책을 펼쳐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허영의 일부가 채워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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