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링 컬러링북 - 누구나 쉽게 따라 그리는
김진희(온초람) 지음 / 아이콘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다. 소질은 없었지만 미술학원엔 열심히 다녔다. 커서는 동네 문화센터 취미반에 등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묘는 지겨웠고 수채화는 어려웠다. 그래서 이도저도 관두고는 전시회를 보러 다녔다. 그 편이 내 정신 건강에는 더 좋았다. 그마저도 먼 기억이 된 지금, 내 손에 들려진 책 한 권이 괜시리 마음을 설레게 한다.   

 

누구나 쉽게 따라 그리는 레터링 컬러링북은 소질은 없으나 근사한 그림을 그리고 싶은 나에게 멋진 대안이었다. 일단, 가장 어려운 밑그림이 그려져 있고 색칠 견본도 있다. 거기다 종이는 전문가의 그것인양 두껍고 거칠었다. 물론, 레터링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책이기는 하나 수채기법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 옛날 미술 시간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레터링, 수채컬러링의 실습판 같은 느낌이다. 레터링 하는 법, 색을 만드는 법, 칠하는 법 이런 것들이 초반에 살짝 소개가 되어 있기는 하나 그것보다는 따라 그릴 수 있는 도안의 완성도에 더 치중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터링을 처음 접해 본 나 같은 초심자가 접하기에 어려웠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처음이었어도 몇 번의 그림을 거치는 동안 재미와 요령이 붙는다. 가장 고전했던 부분은 물조절과 조색이었다. 물조절에 따라 색상이 천차만별로 표현되는데 이건 사실 수채화의 핵심과도 같은 기술이니 처음부터 잘 안된다고 조바심을 내진 않았다. 하지만 조색은 왠지 될 것 같은데 안되는 알쏭달쏭함이 있었다. 나중엔 색을 하도 섞어 대서 원화보다 칙칙한 그림이 되기 일쑤였다.   

 

목수가 연장탓 하는 건 좀 아니지만 그래도 조악한 아이의 미술용품으로 그려낸 것 치고는 나름 괜찮게 완성되지 않았나 하고 자기 만족을 해본다. 어차피 행복이라는 건 자기 만족 아닌가. 그리는 내내 엉덩이를 뗄 수 없을 정도로 몰입했고, 즐거웠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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