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夜間飛行 - 홍콩을 날다
이소정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홍콩은 홍콩영화의 몽롱하고 나른한 영상과 닳았다. 금성무나 장국영은 홍콩의 가장 어두운 거리에서 흔들리는 불빛으로 살았다. 주변으로 서성거렸고 어디로도 가지 않았다. 십년 전, 그들의 방황과는 상관없이 나는 쭉 뻗은 건물들과 세련된 호텔들, 금융 엘리트들이 모이는 홍콩 시내 한 복판에 관광객으로 서 있었다. 지저분한 뒷골목은 보지 않았고 페니슐라 호텔에서 긴 줄을 서 애프터눈 티를 마셨다. ‘짝퉁 시계를 한국어로 외치는 호객꾼들은 외면했고 마카오의 이국적인 거리를 걸었다. 그래서 난 여전히 홍콩이 어떤 나라인지 잘 몰랐다.

  

<야간비행>은 기자 출신의 저자가 수년간 홍콩을 오가며 써 내려간 기록이다. 나처럼 무늬만 관광객인 방문자가 부끄러워 질 정도로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천천히 홍콩을 바라보는 시선에 애정이 듬뿍 묻어 있다그녀에게 홍콩은 위안과 기쁨을 주는 친구이자 연인같은 느낌이다. 이 여정의 첫걸음은 홍콩의 구룡 성채. 그곳은 아편전쟁이라는 역사적 비극의 묘지 같은 곳이었다. 구룡 성채의 진실에 대하여, 그들의 깊고 어두운 역사의 터널에 대하여 직시하고자 하는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 진심 어린 애정이 곳곳에 남은 식민지의 상흔과 중국 반환이라는 현재 진행중인 역사까지 이어져 나도 모르게 홍콩을 안아주고 싶어진다.

  

홍콩 하면 휘황한 야경, 빼곡히 들어차 있는 건물들, 시내를 가로지르는 트램들 보다도 홍콩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홍콩영화의 번성기를 경험한 세대라면 으레 누구나 그럴 것이다. 저자도 홍콩 영화의 장면들을 따라가는 여행을 자주 하는데 그저 보아 넘겨왔던 홍콩 영화들이 그녀의 여정을 따라가면 전혀 다른 이야기로 다가온다. 만약 홍콩의 거리를 걷는 다면 눈을 감아도 치파오를 입은 장만옥과 경찰복을 입은 양조위, 맘보를 추는 장국영이 보일 것만 같다.

  

이 책은 여행 안내서와 여행 에세이의 중간쯤 되는 책이다. 형식은 에세이지만 그 안에 최신 유행하는 핫 플레이스들이 다수 소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을 위한 가이드가 아니라 현지인들만이 할 수 있는 조언들이 가득 있어 어떤 가이드 책보다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홍콩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라면 혹은, 홍콩을 한번쯤 여행해 보고 싶은 예비 여행자라면 한번쯤 이 책을 통해 미리 여행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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