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첩맨 비룡소의 그림동화 252
스즈키 노리타케 지음, 송태욱 옮김 / 비룡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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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케첩맨이다. 케첩맨은 그 흔한 망토 하나 안 두르고 세상을 구하는 일엔 관심도 없다는 듯 시장에서 토마토를 고르고 있다. 앙상한 다리에 토마토 하나 고르는 일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이 케첩맨의 정체는 대체 무얼까? 아이와 나 모두 궁금해서 안달이 났다.


케첩맨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떠돌던 중 감자튀김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반복적이고 획일적인 훈련 속에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 슬픈 케첩맨, 그러던 어느날 토메이로 박사님이 나타나 케첩맨을 보며 케첩을 주문한다. 올 때마다 케첩을 주문하는 박사님의 머리는 왠지 모르게 커져만 가는데….


  이 책을 읽고 예상을 빗나가는 전개와 의외로 다소 무거운 주제에 깜짝 놀랐다. 아이도 케첩이 '하고 터지는 순간엔 웃음을 터트렸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는 입을 다물었다. 케첩맨은 지나가던사람이 흘린 지갑을 주워 주고 퇴근 후 홀로 거리의 불빛을 바라보는 지극히 소시민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상은 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 믿지만 현실은 계약직 감자튀김 전문점 아르바이트생이다. 자신의 특기와 아이디어는 무시당하고 획일적인 튀김 업무만 맡게 되는 피고용인. 그래도 케첩맨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뚜껑을 어루만지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씨익 웃는다.


케첩맨을 보며 찰리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라는 영화가 생각 났다면 너무 확대 해석인 걸까? 자본주의의 자본은 한 개인의 영혼을 너무 쉽게 소비하고, 소비하도록 조장하고 더 거대한 자본으로 거듭나고 그 속에 소외된 개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아가야 한다는 씁쓸한 결말이 나에겐 좀 무겁게 다가왔다. 아울러 케첩맨은 반복된 일과 속에서도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이 시대 청춘들, 어른들의 다른 얼굴이자 이 사회를 지탱하는 진정한 영웅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도 내일 아침의 알람을 곁에 두고 잠자리에 드는 케첩맨을 보며 그래도 내일을 꿈꾸는 소박한 희망을 본다. 난다 긴다 하는 수퍼맨, 배트맨보다 출근길 종종걸음 치는 수 많은 케첩맨들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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