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파파의 회고록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3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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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은 일러스트나 동화책으로만 접해왔지 소설 원작을 읽어 볼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핀란드 소설이라니 감히 엄두도 안난다. 하지만 무민의 군더더기 없이 귀여운 생김새만으로는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것처럼(저 순둥순둥한 얼굴이 저래뵈도 초자연적인 괴물 '트롤'이다) 일러스트만으로는 무민 가족이 풀어내는 그 엄청난 이야기들을 상상할 수 없다. 핀란드의 이국적인 이름들과 무민들의 골짜기와 가족들이 벌이는 상상초월의 사건들이 연작소설이라는 형태로 풀어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P.23 내 어린시절은 끊임없는 의문 가운데 차분히 지나갔다. 나는 나 자신을 궁금해하며 '무엇을 언제?' 그리고 '누가 어떻게?' 라는 질문만 되뇌었을 뿐, 다른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작은 무민파파가 감기에 걸려 집안에서 꼼짝 못하게 되자 아내의 권유에 따라 회고록을 쓰기로 결심하면서부터다. 이 책의 머리말을 여는 방식이 너무 재밌어서 피식 웃음이 났다. 그 뒤로도 무민파파의 모험적인 삶은 계속 되는데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 속에서도 그 유쾌한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무민파파와 모험을 함께하는 호지스, 요스터, 머들러 외에도 덩치 큰 부블 에드워드, 끔찍한 헤물렌, 달그락거리는 유령,  끈적거리는 니블링들, 독재자 등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주는 다양하고 생소한 사건들이 흥미로웠다. 나중에 무민파파의 동료들이 아들 무민의 친구들과 퍼즐 맞추기처럼 연결되는 점도 무민시리즈 전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등장 캐릭터에 부여된 각각의 성격도 독특하고 다양하다. 특히, 무민파파와 동료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모험가들이자 우리 아이들의 모습 같았다면 극중에 등장하는 헤물렌은 나와 같이 '안돼'로 무장한 방해꾼 부모 같았다. 오늘도 마른 하늘 아래 물웅덩이를 찾아 장화를 신고 모험을 떠나려는 둘째에게 잔소리 폭탄을 퍼부은 헤물렌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P.219 처음에는 심심하면 여행을 떠나고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모험심 강한 친구들이 모여 무법자 단체를 만들었고, 온 세상이 열려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들 모두 더는 모험에 관심이 없다. 그저 따뜻한 곳에 있고 싶어한다. 비를 겁낸다. 배낭에 들어가지 않는 커다란 물건을 모으기 시작한다.

늦은 밤까지 무민파파의 옛날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이 모험의 끝이 어디있는가만이 궁금할 뿐이다. 반지의 제왕처럼 블록버스터급 모험은 아니지만 무민파파의 허무맹랑 내맘대로 모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현실에 안주하기 바쁜 우리는 언제부터 더 이상 모험을 꿈꾸지 않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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