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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五月 ㅣ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16명 지음, 차일드 하삼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5월
평점 :
총 12달로 지어진 시화집 시리즈중 한 권이다.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5월"이 처음 내 손에 들어왔을때만 해도 12달이 다 갖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이 작은 책 한 권이 5월의 햇살처럼 눈두덩 위를 노곤하게 덥힐때에도 더는 욕심 부리지 않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때 쯤엔 야금야금 빼먹던 곶감이 다 떨어진 것처럼 서운한 감정을 추체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난 봄을 지나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떠돌고 말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김영랑, 김상용, 윤동주, 정지용, 백석의 시들을 눈으로 읽고, 입으로 읽고, 다시 눈으로 점점이 찍어본다. 봄이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다가 바람이 하도 다정한 탓에 기지개를 쭉 편다. 익히 알던 시도 있고 모르던 시도 있다. 하지만 모든 문장마다 봄 하늘이 있고 봄 꽃이 있고 봄 처녀가 있다. 바람이 부는대로 시어들을 쫓다 보면 어느새 5월의 무르익은 봄을 만끽하고 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522/pimg_7338931711913299.jpg)
일반 시집과 달리 시화집이기 때문에 시에 어울리는 그림도 중요하다. 흔히 인상주의하면 19세기 프랑스의 화가들을 떠올리게 되지만 미국에도 인상주의 화가는 있었다. '프레드릭 차일드 하삼'. 수채화나 풍경화를 많이 그렸다는 이 화가의 그림은 봄과 너무도 잘 어울렸다. 특히 꽃과 여인이 있는 풍경이 많은데 봄은 그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인상주의 화가 답게 봄의 빛과 그림자를 잘 살린 그의 아름다운 그림들만 보더라도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522/pimg_7338931711913300.jpg)
대학시절 일본 문학 수업에서 들었던 하이쿠도 반가웠다. 하이쿠는 짧은 문장만으로도 일본의 정서와 정취를 잘 담아 내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원문과 같이 실어 이해와 느낌을 같이 살리려 한 점도 좋았다.
시화집은 처음이라 기대와 설렘 속에 책을 펼쳤고 결과는 대만족이다. 손바닥 보다 조금 큰 이 작은 책 한 권이 나른한 봄날 오후를 아름다운 꿈 속 처럼 몽환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아니면 나 지금 꿈꾸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