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로에게 별이 되자
이상.김유정 지음 / 홍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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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을 교과서로 배운 세대인 만큼 나에게 이상은 '날개'였고, 김유정은 '동백꽃'이었다. 수업시간에 필기는 안 했어도 작품만은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있다. 두 작품은 교과단원 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것이었지만 서로 다른 이유로 좋았다. '날개'는 세련된 차가움이었고 '동백꽃'은 흙냄새 나는 따뜻함이었다. 하지만 무지하게도 둘이 동시대 인물 인줄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의 다른 작품들과 수필을 접하는 일은 더더구나 없었다. 


 '우리 서로에게 별이 되자'는 이상과 김유정의 서거 81주기를 추모하면서 발행된 책으로 그들의 수필과 편지글로만 채워져 있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그들에게서 소설과 시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수필, 산문이라는 특성상 삶의 단면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다 보니 그들의 작품보다는 삶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상의 시, 소설은 지금 읽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오감도', '건축무한 육면각체' 같은 시들이 그러하고 '날개', '봉별기' 같은 소설이 그러하다. 하물며 1930년대, 20세기의 가치관으로 이상의 작품을 본다면 당시에 헛소리라고 치부되던게 오히려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초현실주의라는 이름표를 달아놓으니 리얼리즘에 반항하는 투사처럼 결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에 실린 이상의 수필들을 보며 느낀 점은 그가 그런 문학적 성취와 사회적 평가 사이에서 엄청나게 괴로워했구나, 외로웠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상의 이번 죽음은 이름을 병사에 빌었을 뿐이지 그 본질에 있어서는 역시 일종의 자살이 아니었는지-" 라고 쓴 박태원의 글에 쉽게 수긍이 갔다.


 김유정의 작품만 보자면 한 평생 가난에 시달렸던 작가의 삶을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번에 실린 수필들을 보면 그를 괴롭히는 가난과 병마가 얼마나 지독했던지, 그 와중에도 치열하게 써야만 했던 문학적 열망이 너무도 처절하게 느껴졌다. 이상의 동반자살 제안에도 " 저는 명일의 희망이 이글이글 끓습니다" 라고 대답하는 김유정의 한마디가 죽어가는 모든 것들의 외침인냥 눈물이 났다. 


 이 책을 읽고 두 사람의 삶이 내가 아는 옆집 아무개의 그것인듯 가슴이 먹먹했다. 작가의 연보로 보는 삶과 수필로 직접 써내려간 스스로의 삶은 그 무게가 사뭇 달랐다. 요절이라고 하는 역사적 기록은 낭만적이지만 그 짧았던 생이 죽음보다 처절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부디 서로에게 별이 되어 외롭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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