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굴 황제 - 로마보다 강렬한 인도 이야기
이옥순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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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미있고 읽기 쉽습니다. 인도사에 워낙 아는 게 없어서 읽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 정도라면 역사 초보라 해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아우랑제브 이후의 무굴제국에 대해서는 정말로 까막눈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눈이 트인 느낌입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는 것이 거의 일상생활 -_- 이었다는 점도 (잠시 윤리적 판단을 접고 보자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고려 충렬왕-충선왕-충숙왕 3대의 막장행각에 관심이 좀 있었는데, 이들 고려국왕은 무굴황제에 비하면 매우매우 점잖은 편이었네요. 그와 관련해서 정말 궁금한 건 이런 것이었습니다.


(1) 반란이나 존속살해가 저렇게 수시로 일어나는 상황이라면 황제는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어떻게 가려냈는가?


(2) 내란이 수시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제국이 유지되었으며 무지막지한 수준의 영토확장이 가능했는가?


2번의 경우와 관련해서는 몽골제국 역시 칭기즈칸이 죽자마자 골병이 들어가기 시작했으며, 골병이 들어가는 속도보다 칭기즈칸의 아들놈과 손자놈의 영토확장 속도가 더 빨랐다는 사실이 떠오르긴 했습니다만, 무굴제국에게도 그 경우를 적용시킬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 쉬운 문체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서술태도가 과하게 감성적이면 독자가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데 장애가 될 수 있지 않겠어요? 예를 들면 다음 대목을 봅시다.


후마윤은 남에게 쉽게 이용당하고 쉽게 배신당했다. 그리고 믿음을 버린 자를 그보다 더 쉽게 용서했다. ... (중략) ... 과거를 잊어야 평화롭게 살 수 잇지만, 버릴 때 버를 줄 아는 것이 리더의 덕목이었다. 지배자로서 단호하지 못한 후마윤은 그 덕에 긴 고난의 길을 걸었다. ... (중략) ... 개인으로선 신사이자 양반인 그는 제국의 지배자가 되어 전쟁이 일상이자 배신이 난무하는 16세기와 불화했다. (68~69쪽)


무굴제국의 2대 황제 후마윤이 재위기에 겪었던 고난에 대한 이야기인데, 후마윤에게 실제로 그런 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겠지만 잘 모르니 책에 나온 대로 믿을 수밖에 정치적으로 해석해야 할 문제를 지나치게 개인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3. 마지막으로 오타 2가지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사실 이 책은 사소한 오류나 오타가 매우 적은 편인데, 그 점도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바부르가 인도에 제국을 세운 뒤에 후마윤과 결혼한 베가 베검은 1930년 처음으로 인도에 왔다. (72쪽)


당연히 1930년이 아니겠죠. (1530년?)


1895년, 아버지(아우랑제브 - 인용자)는 20년 넘게 자신에게 불효한 둘째 아들을 다시 용서했다. (224쪽)


이 또한 당연히 1895년이 아닐 것입니다. 1695년인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서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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