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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연구 ㅣ 암실문고
앨 앨버레즈 지음, 최승자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3월
평점 :
예술이라든가, 명성이라든가, 갖가지 기발한 주제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 때로는 거창하고 숭고한 가치이거나 아니면 그저 대상 모를 원한, 고통의 중단, 복수를 위한 - 어떠한 연유로 자살에 매혹되었는지, 자살에 관한 무수한 이야기들이 조각조각 담긴 책《자살의 연구》
⠀이 책은 무구한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의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하고 어떻게 소모했는지 시대별로, 학파별로, 나라별로 골목길을 쏘다니듯 이리저리 찾아본다. 제각각의 그러나 독창적이지는 못한 이유로 자살을 행한, 행하지 못한, 행했으나 실패한, 그리고 동경한 또는 배척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차 밖 풍경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그 속에는 자신의 생물학적 삶을 종결시킴으로써 사회적 삶을 확장시킨 사람들도 지나가고, 저자가 한때 알고 지냈던 이의 사연도 지나가고, 저자 자신의 과거 - 현재로까지 연장된 - 도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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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거기에 담긴 자살 예찬 혹은 자살 금지가 지금의 시각으로는 한편 우습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도 이미 이 풍경의 일부다. 과거로부터 직조된 씨실과 날실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자살에 대한 현대적 정의 혹은 해석도 전혀 고유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님을 체감하게 된다. 지금 생을 선택한 사람도, 자살을 선택한 이들도 은연중에 이 오래된 직조물 한 자락을 붙잡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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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의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진짜 잔혹한 행위들은 우리의 오락을 위해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지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진짜 환상과 겹쳐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죽음은 사람들 단번에 흥분시키는 비현실적인 포르노그래피 같은 것이 된다. "죽음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이지만/우리를 솔깃하게 한다(원주)."
+) 을유문화사의 암실문고 시리즈는 무엇을 고르든 후회없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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