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아기 곰의 특별한 날 베드타임 스토리
표영민 지음, 김형준 그림 / 재미마주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느날과 다름없이 시작된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 아기곰에게는 모든 것이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무심하게 따 먹던 열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열매야 안녕

    널 먹고 내가 이렇게 자랐어.

    고마워"




 그저 재미나게 수영하러 다니던 호수에게도 인사를 합니다.


   "호수야, 안녕.

    봄이 오면 나 혼자서도 헤엄칠 수 있을 거야.

    커다란 물고기도 같이 잡자.

    지금보다 더 씩씩해져서 돌아올 테니까.

    날 잊지 마."



 이제 막 내리는 눈과 함께 놀지 못하는 것은 너무 아쉽기만 합니다.


   "어! 작은 눈아 안녕.

    너와 못 노는 게 제일 아쉬워.

    겨울잠 안 자는 내 친구들이 

    노와 놀아 줄 거야.

   잘 놀다 가."




 낙엽도, 구름도, 개미도, 새들도, 별도...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듣고 만지던 모든 것들이 아기곰에게는 모두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아기곰의 하루는 왜 이렇게 특별한 걸까요?



# 우리의 평범한 날들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주문은 무엇일까요?


 평범한 하루가 시작됩니다. 핸드폰 알람에 맞춰 일어나고, 이불을 털어 정리하고, 세수를 합니다. 공복에 먹어야 할 영양제를 챙겨 먹고, 커피를  한 잔 타 홀짝거리며 화장을 시작합니다. 라디오에서는 늘 듣던 아침 방송이 흘러 나오고 화장을 어느 정도 마치면 부엌으로 가 아이와 남편의 아침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이런 아침도 특별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 날 오후 오랜만에 연락된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거나, 몇 시간 후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 있다면 말이죠. 전날 지인의 장례식장을 다녀 온 아침이 그런 날일수도 있고, 별 계획이 없다해도 주말이 시작되는 아침은 어쩐지 설렙니다. 거실 베란다 창을 열었을 때 하늘에 아직 예쁜 달이 떠 있거나, 떠오르는 해로 아침 하늘이 근사하게 물들어 있는 아침도 그렇습니다. 비나 눈이 촉촉하게 내리고 있는 아침으로 시작하는 하루 역시 뭔가 근사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젯밤 시장에 나갔다가 오랜만에 사온 꽃들이 화병 가득 싱싱하게 꽃혀 거실 불을 켜는 나를 맞아 줄 때도 어쩐지 평소와는 다르게 산뜻한 하루가 될 것만 같습니다.


너무나 평범하고 익숙해서 새로울 것도 없고 무감각하게만 느껴지는 일상에 지칠 때, 모든 것들과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려 보는 게 어떨까요. 주변에 아기들이 있다면 아기들을 관찰해 봐도 좋을 것 같구요. 주변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지며 새로운 도전이자 신나는 모험이기에 아기들의 눈은 늘 반짝반짝 빛납니다. 

 나를 설레고 떨리게 했던 모든 것들이 지금 내가 익숙하다고 느끼는 것들이었습니다. 변한 것은 그것들이 아니라 내 마음이겠죠. 잃어버린 나의 그 마음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아기곰의 겨울잠처럼 잠시 그것들과 떨어져 보는 것도 낯익음 속에 감춰져 있는 낯섬을 찾는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이유 말입니다. 사람들은 설렘과 흥분을 찾아 새롭고 이국적인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겠지만, 결국 다시 돌아올 이곳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 싶어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죽음이라는 긴 여행을 앞 둔 어느 날들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우리에게 찾아올 죽음 앞에서 우리의 이 하루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날들이겠죠. 정말 멋지고 특별한.. 생명이 충만한 날들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삶에 감춰져 있는 이 특별함을 찾아낼 수 있는 예민함과 상상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과거로 다시 돌아가 아기가 될 수도 없고, 매번 여행을 갈 수도 없으며 멀리 있는 죽음을 상상한다는 것도 쉽지않은 일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 예민함과 상상력이라는 게 저절로 생겨나는 건 아니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이런 예민함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상황에 의식적으로 노출시켜야 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음악과 미술 작품을 접하며 영화와 연극 등을 우리 자신에게 보여 주어야 합니다. 산과 바다를 비롯한 자연 속에 감추어져 있는 아름다움을 관찰하여 찾아낼 수 있도록 자신에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나에게 예민함과 상상력의 씨앗을 선물해 줄 것입니다. 이 씨앗을 마음에 심고 정성을 들여 키워낸다면, 우리 삶은 언제나 '멋지고 특별한 날'이라는 열매를 수확하게 될 것입니다. 


 카페의 커다란 창을 통해 여름 아침의 하늘이 보입니다. 요 며칠 계속되는 폭염 속에 하늘도 지쳤는지 지금은 흐립니다. 하지만 저 흐림의 표정 뒤에 그 어느 날보다도 뜨겁고 밝게 빛날 해가 잠시 숨 고르기하며 숨어 있음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여느날과 다름 없이 시작된 나의 이 하루에, 내가 찾아주기만을 기다리면 숨어 있는 '특별함' 처럼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 수영 웅진 모두의 그림책 31
하수정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와 딸이 함께 수영장에 왔습니다. 

수영을 처음 배우는 딸은 빨리 해보고 싶은 조급함에 물에 바로 뛰어 들고 싶어 합니다. 오랜만에 수영을 다시 시작하는 엄마는 그런 딸에게 서두르지 말고 준비 운동부터 하라며 타이릅니다.

딸은 자신을 아이 취급하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엄마도 그런 딸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들 모녀는 오늘 제대로 수영을 할 수 있을까요?


# step 1. 두려움 인정하기


누구에게나 '시작'은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고 불안합니다. 수영을 처음 시작하는 딸도, 다시 시작하는 엄마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서로 같은 그 마음을 서로에게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고 상대의 그 마음을 바라봐 줄 여유가 없습니다. 






# step 2. 마음 바라보기


 그러다 두 사람은 물 속에서 서로의 낯선 얼굴을 바라보게 됩니다. 


           평소와 달리 외로워 보이는 엄마의 얼굴.

           평소와 달리 훌쩍 커버린 듯한 딸의 얼굴.

 

 그 낯설음에서 그들은 새롭게 만납니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억척스럽고 생활력 강한 엄마가 아닌,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어리고 철부지인 딸이 아닌... 인생이라는 수영을 하기 전 불안하고 두려운 한 인간으로서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러한 그들의 마주봄은 어찌 보면 한 개인의 현재라는 시간을 축으로 한 과거와 미래의 데칼코마니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딸은 언젠가 누군가의 엄마가 될 것이고, 엄마도 예전엔 누군가의 딸이었을 테니까요. 




# step3. 긴장 풀고 힘 빼기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불안하기만 한 딸도, 다시 시작하기에 어색하고 불안한 엄마도 그저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서로를 의지하며 손을 잡습니다. 

               그들의 몸이 서서히 떠오릅니다.   

 

 몸과 마음에 잔뜩 들어가 있던 힘을 빼고 서로 의지하니 너무도 편안하게 물 위로 떠오릅니다.


            가만히 둥둥 살아. 힘주면 가라앉아 버려.

            긴장 풀고 발끝부터 천천히 

            가볍게 탁 치고 나가 보는 거야.



 나도 내가 힘주어 수행해야 할 인생의 역할들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힘 빼고 긴장 풀며 그저 나 자신으로 떠올라 보고 싶습니다. 나의 인생 수영에 함께 하는 가족, 친구, 이웃과도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함께 손잡고 수영하고 싶습니다.


 

# step 4. 자유롭게 헤험치기

 

 

딸과 엄마는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기로 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엄마의 처음을 딸은 응원합니다.




 

처음인 딸의 시작을 엄마도 응원합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마음 속을 헤엄쳐 나갑니다.

 


 이 책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로 읽어도 좋습니다. 작가가 책의 마지막에 자신의 어머니를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엄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에게는 엄마로만 생각되지만, 그녀의 인생에는 '나의 엄마' 외에도 내가 모르는 수많은 그녀들이 있겠지요. 내가 모르는 그녀의 기쁨, 즐거움, 행복, 불안, 공포, 주저함, 부끄러움 등이 있겠죠. 그런 그녀는 지금 어떤 마음 수영을 하고 있을까요?

 

 이 책은 '나'의 이야기로 읽어도 좋습니다. 인생이라는 넓은 수영장을 헤험쳐 가는 나를 옆에서 끝까지 응원하고 격려할 사람은 결국 나밖에 없기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나가 함께 만들어가는 '인생 수영'의 이야기로 이 책을 음미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정말 순수하게 수영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코로나19의 상황이 끝나면 푸르고 푸른 저 수영장 물 속을 마음껏 헤험쳐 나가는 상상을 하면서 말입니다~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팎정원 함께 놀 궁리 1
키아라 메잘라마 지음, 레지스 르종 그림, 이주희 옮김 / 놀궁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전쟁 중인 나라에 오게 된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부모님과 동생과 함께 과거 이 나라의 공주와 왕자가 살던 곳에서 머물게 됩니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데 소녀와 소녀의 동생은 이 정원 안 곳곳을 누비며 즐겁게 생활합니다.



 하지만 정원 밖의 세상은 소녀에게 '괴물도시'라고 생각될 만큼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도시는 전쟁에 빠져들어 총소리, 폭탄 소리, 비명 소리가 들리고 수염을 기른 군인들이 기관총을 들고 서 있습니다.




 정원 안은 안전하고 아름다운 세상이고 정원 밖은 무법천지의 무섭고 끔찍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던 소년와 소녀의 동생은 어느날 정원 끝으로 모험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담을 넘어 온 바깥 세상의 소년과 만나게 됩니다. 소녀는 용기를 내 소년과 친구가 됩니다.




 그들은 정원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소녀는 자신을 안팎공주라고 생각하고 소년을 밖안왕자라고 상상하며 그들만의 여행을 합니다. 그들만의 세상은 바깥의 전쟁과는 상관없이 평안하고 행복하기만 합니다.



 어느날 소녀는 소년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자신의 티셔츠를 벗어 주지만 소년은 받을 수 없다며 거절하고 담 너머로 사라져 버립니다. 이 일에 상처를 받은 소녀는 안과 밖의 다름을 생각하며 괴로워합니다. 



 그렇게 괴로움의 시간이 흐른 후 소녀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정원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정원 끝 담장 앞에서 자신의 티셔츠를 입고 있는 소년을 다시 만납니다. 소년은 그녀에게 자신이 직접 깎아 만든 나무 고양이를 선물합니다. 그제야 소년의 마음을 이해한 소녀는 그와 진짜 친구가 됩니다. '안팎정원'의 비밀을 공유한 진짜 친구 말입니다.




'안' 과 '밖'은 누가 정하는 걸까요?


소년을 만나기 전 소녀는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자신이 머물고 있는 정원 안이 옳고 진리이며 따뜻한 '안' 의 세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정원 '밖'의 도시는 무시무시한 '괴물도시'일 뿐입니다. 

하지만 담을 넘어 '밖'에서 온 한 소년때문에 소녀는 혼란에 빠집니다. 


하지만 무엇이 '안'이고 무엇이 '밖'일까요?  내가 머물고 있기에 이곳이 '안'이 된다면, 저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그곳은 그들만의 '안'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이 세상에는 무수한 '안'과 '밖'의 구분이 있습니다. '안'과 '밖'은 국가 사이에도 있고, 한 사회의 안에도 있으며 이웃끼리도 있고, 심지어 내 안에도 있습니다. 


'안'에 속한 사람이든 '밖'에 속한 사람이든 서로가 자신이 옳고 선이며 진리의 '안'리라고 외치고, '안'에 있지 않은 저들은 모두 틀리고 악이며 무지의 '밖'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안'과 '밖'의 구분이 있는 곳에는 늘 갈등이 있고 다툼이 발생합니다. 실제로 피를 흘리든, 그렇지 않든 그 전쟁터 곳곳에는 사람들을 무리지어 가르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가르며 사랑의 마음을 가르는 벽이 거대하고 견고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그들이 세운 담장과 벽은 세상을 병들게 만들고 추악하게 냄새나게 합니다.


소년은 왜 소녀의 선물을 거절했을까요?


 소녀는 소년의 지저분한 티셔츠와 닳아버린 신발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입고 있는 티셔츠를 벗어 소년에게 주었습니다. 소녀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소년을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년에게도 그것이 선물이라고 생각되었을까요? 아마 소년은 소녀를 만나러 오기 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장을 하고 왔을 것입니다. 소년의 세계에서는 친구와의 만남에 자신의 복장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소녀에게는 그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소녀는 자신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준으로 소년을 바라보고, 소년이 깨끗하고 멀쩡한 옷을 원할 것이라 생각하며 소년에게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티셔츠를 주려고 했습니다.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소년과 소녀 사이에 마음의 벽을 만들어 버린 셈입니다. 

 소녀는 결국 깨닫습니다. 정원은 결국 세상을 '안'과 '밖'으로 구분지었기에 가능했던 가식과 위선의 공간이며,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아름다운 세상에 머물 수 있게 해 준다고 생각했던 정원의 담은 그녀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뛰어 넘어야 할 담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깨달은 소녀가 도착한 정원의 끝.. 담 앞에는 그녀의 티셔츠를 입고 있는 소년이 서 있었습니다. 



당신은 '안'과 '밖'을 넘나드는 용감한 고양이인가요? 


 소녀의 하트가 그려진 붉은 티셔츠와 소년이 소녀에게 건내 준 직접 깎아 만든 나무 고양이는 그들의 '안'과 '밖'을 가르는 담을 무너뜨리고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안팎공주'인 소녀와 '밖안왕자'인 소년은 세상을 안과 밖으로 나누어 세상을 추함으로 물들이고, 세상이 아름다원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그들이 만든 담을 함께 손잡고 뛰어 넘었습니다.


이러한 벽을 넘을 용기있는 소년들과 소녀들 즉, 용기 있는 고양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꿈꿀 수 있습니다. 세상과 사회 곳곳에 세워져 있는 담과 벽들은 언제가는 허물어지고, 모두가 함께 손잡고 뛰놀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에 대한 꿈 말입니다.


묻고 싶습니다.

나는, 그리고 당신은 꿈꾸는 용감한 고양이일까요, 아니면 지금 이 순간에도 벽을 세우고 있는 '그들'일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디아의 정원 - 1998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3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이복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2월
평점 :
일시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디아 그레이스양에게.


리디아, 안녕!

황량해보이는 도시 속 한 건물의 옥상 위에 서 있는 너를 처음 봤을 때 난 의아해했어. 갸날픈 네가 들기엔 버거울 것만 같아 보이는 커다란 해바라기 화분을 가슴에 안고, 대회 우승 트로피라고 되는 듯 화분삽을 든 오른손을 번쩍 들고 있는 너를 보고 이게 뭔가 했거든..ㅎㅎㅎ

 


사랑하는 가족과 할머니와 함께 가꾸던 정원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네 기분이 어땠을까 상상해봤어. 살던 곳과는 너무나 다른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과 살아가야 한다는 것,그동안 왕래가 없었던 무뚝뚝한 외삼촌과 함께 살며 빵집 점원이라는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것,  게다가 이 생활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는 것은 너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을 것만 같아. 아니나 다를까, 네가 내린 기차역의 그 음울한 잿빛 풍경과 외삼촌의 찡그린 얼굴, 삼촌의 빵집이 있는 우중충한 거리는 이런 너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지.

 

 


 하지만 리디아, 놀랍게도 넌 거기에서 한 줄기 빛을, 희망을 보더라.

어느 곳에서든 너의 희망의 씨앗을 뿌릴 한 조각 땅만 있다면 그것은 사람의 마음에, 영혼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는 거라는 네 말이 내 마음을 떨리게 했어. 

작은 것이라도 희망만 있다면, 그 희망을 붙잡고 사람은 살아갈 수 있는 거구나.. 그 작은 불씨만 있다면..



 네가 뿌린 씨앗들이 자라면서 옥상의 풍경을 바꾸듯이 너로 인해 너의 주변은 서서히 변해 갔지. 삼춘의 미간에 새겨진 주름의 깊이가 서서히 얕아지고, 함께 일하던 에드 아저씨와 엠마 아줌마의 얼굴엔 미소를 떠올랐지. 밀가루 반죽과 가루만 가득했던 작업장 한 구석엔 예쁜 꽃화분들이 놓이고, 빵가게 안과 바깥은 네가 키우는 다양한 꽃으로 환하게 물들어 갔어. 깜깜한 밤에 가로등이 비치는 곳만 환하게 보이듯, 영혼없이 음울해 보이는 그곳 거리에서 네가 일하는 빵집만 온갖 식물과 꽃들로 환하게 보이더라. 거리의 사람들은 그 풍경에 미소를 짓고, 삼촌의 빵집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지. 네가 만든 정원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잠재되어 있던 아름다움이라는 씨앗을 싹트게 한거지.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역시 네가 옥상에 만든 정원이야. 리디아의 정원. 넌 삼촌에게 미소를 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지만 결국 그것은 그 거리의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이라는 잊고 있던 세상을 선물한 거였어. 그리고 세상은 너에게도 선물을 했지. 아빠가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되어 네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편지가 온 거야. 편지를 받으며 기뻐하던 네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넌 집으로 돌아가 할머니와 함께 너만의 정원을 가꾸게 되었지. 

마지만 장면에 나오는 너와 할머니의 뒷모습은 정말 묘하게 닮아 있더구나. 할머니에게도 너와 같은 어린 시절이 있었듯 언젠가 리디아 너도 손녀와 함께 사랑의 정원을 가꾸고 있겠지. 그날이 올 때까지 넌 네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지금 네 손에 들려있는 원예도구로 사랑의 씨앗을  심고 가꾸겠지.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너의 정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씨앗을 받아 다른 곳에 그들만의 정원을 만든다면, 세상은 결국 모두 리디아, 너의 정원이 되어 있지 않을까. 이름처럼 아름다운 그레이스한 정원. 모두를 아름다움에 취하게 만드는 정원 말이야.

 

 저는 엄마, 아빠, 할머니께서 저에게 가르쳐 주신 아름다움을 다 담에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너의 문장을 읽고 내가 지금 가꾸고 있는 삶의 정원에는 어떤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어. 어떤 씨앗을 심고 어떻게 가꿀지는 나에게 달린 것이겠지. 그리고 그 정원에 누구를 초대하여 아름다움을 함께 할지도 내 몫의 선택일 것이고.  


리디아, 너때문에 편지를 쓰고 싶어졌어. 오래 전 내 마음을 담아 한글자 한글자 눌러쓰던 그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참 오랜만에 편지를 쓰고 싶었어.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예쁜 편지지를 사서 편지를 썼지. 어떤 말을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 쓰다보니 어느새 두 장이나 썼더라. 부칠 수 있을까 걱정되기는 하지만 네 덕에 편지를 쓸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어서 그것으로 우선 만족해.

편지 쓰는 나.. 그 시절의 빛나는 내 모습..내 마음..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


리디아, 너에게 받은 이 씨앗을 내 마음에 심고 잘 가꾸어 볼거야. 아름답게 빛나게 될 나만의 정원을 꿈꾸며 오늘도 열심히 잡초를 캐내고 땅을 기름지게 만드는 작업을 할거야. 물론 씨앗에 물주는 일도 잊지 않고 해야지. ^^ 


PS. 해바라기 화분을 소중하게 끌어안고, 승리했다는 듯 오른손을 번쩍 들고 있는 너는 세상 그 누구보다 정말 멋져 보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겁쟁이 빌리 비룡소의 그림동화 166
앤서니 브라운 지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빌리는 걱정이 많은 아이입니다. 사소한 많은 것들을 걱정하느라 어깨를 구부정하게 드리우고 우울한 얼굴로 걷는 아이랍니다. 밤에도 빌리는 걱정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모자와 신발때문에 걱정하기도 하고, 큰 새와 구름마저도 빌리의 걱정거리가 됩니다. 

 엄마, 아빠의 다정한 위로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의 집에서도 걱정에 잠 못 이루던 빌리는 결국 할머니에게 자신의 상황을 말하게 되고, 할머니는 그런 빌리를 위해 '걱정인형'을 주십니다. 인형들에게 걱정거리를 말한 뒤 인형을 베개 밑에 넣어두면 인형들이 걱정을 대신 해주어 빌리가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거라고 하십니다. 

 할머니의 말씀대로 하자 빌리는 정말 편안하게 잠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후 빌리는 다시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온갖 걱정을 다 넘겨받고 힘들어할 인형들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과연 빌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요?

 


 


걱정없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걱정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요? 학업, 취업, 승진, 자식, 건강, 집, 돈, 노후 등 정말 많은 걱정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왔다 가는 것이 우리들 인생일 겁니다. 걱정없이 살 수 있다면 누구나 그런 삶을 바라겠지만, 실은 걱정이 항상 부정적이고 나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걱정 덕에 다가올 큰 위험을 미리 대비하여 잘 피해갈 수도 있고, 걱정 덕에 하고자 하는 일을 실수 없이 잘 계획하여 마칠 수도 있습니다.  매사 잘 될거라며 대책없이 허황된 꿈을 꾸며 사는 사람들 보다야 적당한 걱정을 하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인생에서 실패하거나 남에게 폐를 끼칠 확률이 더 적지 않을까요?  

 하지만 필요 이상의 많은 걱정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임은 분명합니다. 특히 빌리처럼 하지 않아도 될 걱정까지 병적으로 한다면 인생을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말 해야 할 걱정과 하지 않아도 될 걱정, 당장 해야 할 걱정과 잠시 미루어두어도 될 걱정, 내 인생의 약이 될 걱정과 독이 될 걱정을 구분하여 할 줄 아는 지혜로움일 것입니다.


 

공감의 기술이 필요한 때.. 


 "걱정 마라, 얘야.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단다. 다 네 상상일 뿐이야"

 "걱정 마라, 아가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엄마 아빠가 널 꼭 지켜 줄거야."

 


 빌리의 엄마와 아빠는 걱정 많은 아들을 도와주려고 다정하게 빌리에게 말합니다. 하지만 빌리의 표정을 보니 이 말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나 봅니다.

어른들의 관점에서 보기에 쓸데없고 우습기까지 한 빌리의 걱정거리는 빌리 자신에게는 생생하게 실제하는 현실일 것입니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명확하게 구분짓지 못하기에 걱정의 영역은 무한대로 넓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명확하게 '나'라는 '자아'가 확정되기 이전 인간은 내면과 외면의 구분이 모호하고 나의 자아는 바깥의 넓은 세계와 연결되고 뒤섞여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른이라면 전혀 신경쓰지 않을  많은 것들을 빌리는 걱정이라는 자아의 영역 안에 묶어 둡니다.

 이런 걱정거리들을 상상의 산물로 취급하거나, 엄마와 아빠가 모두 해결해줄 수 있다는 말이 빌리에게 공허하게만 느껴지는게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할머니는 빌리의 상황을 인정하고 빌리의 마음에 공감부터 해 줍니다.

 "...그건 네가 바보 같아서 그런 게 아니란다, 아가야. 나도 너만 했을 때는 너처럼 걱정을 많이 했었지."

 그리고 빌리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십니다.

 


 그 사람이 되어 보지 않고는, 그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고 너무나 쉽게 타인의 문제를 자신이 이해하고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조언과 충고를 하려 듭니다. 물론 내가 실제로 타인이 되는 일은 영원히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하고 상대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는 것과, 그런 한계를 알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은 상태로 하는 것은 상대에게 분명 다르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동안 타인의 아픔이나 슬픔에 직면했을 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들 앞에 섰었는지 참으로 반성이 되는 순간입니다.


'용감한 빌리'를 위해.. 

 할머니에게 받은 '걱정인형'으로 빌리는 잠시 마음의 평안을 찾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인형들이 걱정되기 시작한거죠. 자신의 불안과 걱정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형들에게 대한 걱정이 빌리의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합니다. 빌리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하다 테이블에 앉습니다. 그리고 걱정인형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걱정인형의 걱정을 들어줄 또다른 걱정인형을 만듭니다. 그 후 빌리는 그다지 걱정하는 일 없이 편안하게 생활하고 잠이 듭니다.

 

 

 이제 정말 빌리의 걱정은 끝이 난 걸까요? 

 멀지 않아 빌리의 저 어깨가 다시 구부정해지고, 미소짓던 입술은 입꼬리가 우울하게 처지게 될 거라는 예상은 저만의 기우일까요? 며칠 지나면 빌리는 다시 걱정인형의 걱정인형들에 대해 걱정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마다 빌리가 걱정을 덜어내기 위해 인형을 만든다면, 도대체 빌리는 언제까지 자신의 고민을 대신해 줄 인형을 만들어야 할까요?

 


 결국 내 걱정을 누군가 대신해 줄 수는 없습니다. 내 걱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것을 대면해야만 합니다. 정면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그것의 진실을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정말 해야 할, 내 인생에 필요한 걱정과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고, 설령 내게 필요한 걱정이라도 그것에 내 영혼이 잠식되어 내 삶이 파괴되도록 놔두어서는 안 됩니다. 작가가 할머니 집 침대 머리맡에 걸어놓은 저 그림처럼 빌리도 자신의 마음에 스며든 걱정들과 당당하게 대면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silly billy' 입니다. 'silly'에는 어리석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작가는 제목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자신의 걱정에 당당하게 대면해야 저 'silly'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겁쟁이'라는 표현도 좋은 것 같습니다.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가 없는 지금의 빌리는 아직은 '겁쟁이'가 맞을테니까요. 

 

 하지만 믿습니다.

언젠가 저 작은 어깨의 소년은 의자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커다랗게 성장하여 당당하게 앉아 자신의 삶을 용기있게 그리고 현명하게 꾸려나가게 될 것입니다.

 


 나는 내 삶의 테이블에 앉아 나의 삶에서 맞닥뜨리는 걱정거리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나의 그 뒷모습이 궁금해 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