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
베레나 카스트 지음, 김현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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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
감상평: 아 이 책도 이러네…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읽으면 좋겠다 정말로.
TMI: 나는 을유문화사 책을 좋아한다. 탁월한 번역 때문이다. 표제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클라스다 .

이 책은 한문장 읽고 생각하고, 한문장 읽고 멍해지고, 한문장 읽고 엄마를 떠올리고,
별 헤는 밤 같은 이야기였다.
(자꾸 주장하는 글쓰기처럼 결론 지어버리니.. 스포를 피할 수 없다)
.
우리 모두 늙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점점 의존적으로 변화하고, 질병이 생기고, 쇠약해진다.
그 무력감이 수치스럽게 느껴지는게 일반적인데, 그러지 말자고- 사실 그거 아니라고 화자는 당당하게 말한다
“이처럼 잃는 것이 많다고 해도 노년기에 놀라울 정도로 젊은 시절만큼 행복감을 느끼며, 때로는 행복감을 더 느끼는 경우도 있다.”
왜 그걸 수치로 느끼는지-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려면 어떠한 태도로 살아야하는지, ‘더’행복할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했는데 가장 주목할 덕목이 바로 “유연성”이었다.

노년기의 유연성이란 ‘의식적인’ 유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유연성은 약점과 부족함을 참작하고 완벽주의와는 거리를 두며, 필요한 경우 양보하고 넘어질 위험을 감수하고, 확실하게 더 탄탄한 발걸음을 찾도록 해 준다. 또한 이런 유연성을 갖게 되면 삶 속의 다양한 변화를 침착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본문25쪽

나이가 들수록 내게 쌓인 데이터는 연륜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완고하게 만들고,
안다는 것, 즉 통제할 수 있는 것들 안에서 살고 싶어한다.
몸 사리게 된다는 거다.
.
유연함 즉 창의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면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고,
그럼 어찌할 수 없는 변수가 던진 어퍼컷에 타격감은 줄어든다.
(사실 이건 어떤 세대에게나 중요한 삶의 태도이다)
다만 노화에 의한 ‘포기’가 아니고, 불안에 의한 회피가 아니다.
유연하다는 건 진짜 강해진다는 것이다.
.
한편으로 나는 참 쉽게도 노년기를 ‘일반화’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4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나는 내 자신이 너무 아이같다고 생각하는데,
나에 대한 정체성이 이렇게 일관되는데,
그렇게 따지면 80이 되어도 나는 내가 생각하는 어르신들 같은 모습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렇다, 노년기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지금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멀지 않은 우리의 미래다.
노화를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이야기는 결국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인생의 종착점인 ‘죽음’을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의 죽음에 아주 천천히 익숙해지는 것이 노년기의 발달 과제”(115쪽)라고 이야기한다.
루돌프 알렉산더 슈뢰더의 시가 와닿았다.

“늙은 나에게는 놀라운 일이다.. 나는 많은 것을 잊어버렸고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 이제 시간이 되었다. 밤과 그 별들과 친구가 되어야 할 시간이”
자신의 죽음에 익숙해짐으로써 삶의 특별한 순간들, 이를테면 봄에 느낀 기쁨, 오래전에 겪은 강렬한 경험에 대한 기억 등을 다시 감정적으로 강렬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중략) 모든 상실에도 불구하고 ‘노년기에 긍정적인 감정이 부정적인 감정을 능가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116쪽)

죽음을 터부시하면 아까 말한 완고하고, 소심하고, 몸사리는 노화를 피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 무엇보다도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조금 구체적으로 방법을 설명했는데,
특정 주제를 가지고 회고 작업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처음으로 돈을 벌었을 때 어땠는가? 위기의 순간에 내 모습은 어땠는가? 나의 주변 사람들은 어땠는가?” 등 이런저런 상황들을 최대한 생생하게 재현하며 서로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다. 많은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화자는 죽음과 덧없음을 마주하게 되며, 이것은 또한 우리에게 좋은 일을 베풀어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일깨워 줄 수도 있다.
대화할 수 있는 소모임을 권장하는데,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서로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한다고.
그러면 공동으로 삶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잊힐 위기에 처했던 보물 같은 기억의 접점들이 수집된다고 - 이야기한다.
천천한 그 과정이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와의 채팅에 급하게 썼던 문장은 “아빠 궁금해하기”였다.
갑자기 슬럼프라며 전화해온 아빠가 떠올랐다.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있던가-
내가 아빠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다가- 매일 전화하며 내 이야기 좀 그만해야겠단 생각과
아빠가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질문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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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일이구나.
하지만 그 과정이 자연스러워지려면 정말 노력이 필요하다. 왕도 따위는 없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작업이다. 매일 이별하는 자세로 살아갈 때, 어떤 미련도 헛된 기대도 없이 내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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