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닌 여자들 -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
페기 오도널 헤핑턴 지음, 이나경 옮김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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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하철 역사에서 어떤 여자분들에게 붙들렸다.
막 책을 덮고 어제 해결되지 않은 문제 때문에 출근하는 길이었다.
여성자원봉사 단체에서 나왔는데 타로를 봐주겠다고 했다.
내 손엔 [엄마 아닌 여자들]이 들려 있었고, 이제 막 어떻게 죽을지 고민해보자는 책[어떻게 죽을 것인가] 텍스트가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귀에 꽂은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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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간극이 기이했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 애쓰고 싶은데 당장 눈앞의 일조차도 카드 한장에 좌우되고 거기에 혹하는 나도,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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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평화라니, 당장 비극이 쓰나미다.
내가 출근하는 화성엔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친구들이 많다. 이번에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사고에 이주노동자들의 피해가 컸다고 들었다.
언어가 미숙해 안전교육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분들이었다고 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도 여전히 한국어가 서툰 친구들이 있는데, 피해자 중에 그친구들 부모님도 계실까봐 조심스러워졌다
그리고 이 친구들은 학교 끝나고 뭐하나, 집에선 뭐하고 노나? 한번도 관심가져본적이 없었다는 것을 꺠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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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모든 가정의 일이 ‘그 가정 안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이 되었을까?
언젠가 한 개그맨이 결혼은 했지만 자식은 낳지 않겠단 소신발언을 해 화제가 됐었다. 아이들이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위험하고, 더 힘들어질거라는데, 그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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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당한 말씀이다.
<자녀를 가지면서 얻는 보람보다 스트레스가 크고>
<정부가 명령하는 유급 출산휴가의 세계 평균이 29주 뿐이다>
<엄청난 환경문제, 기후위기에 지금 우리조차도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이런 것만 미뤄봐도 부모가 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은 매우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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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속아 우리는 질문하길 멈춘다.
그리고 너무나 쉽게 생각은 점프한다(오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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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봐, 느네가 괜히 아이를 낳아서, 우리 세금을 공립학교에 써야하고(나는 이러니까 아이를 안낳잖아), 장애아동을 돌봐야하고(아이를 낳은 너희 선택이잖아), 괜히 신혼부부- 아이낳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혜택을, 아니 특혜를 줘야하냐고(우린 뭐 안힘드냐?).
라고 위험한 생각을 쉽게 해버릴 수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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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공동체는 힘들다. 서로 힘을 보태기보다 단절되고 고립되기가 쉬운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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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 처음 의도는 “우린 뭐 안힘드냐?(애 낳은 너희만 힘드냐?)”를 옹호하기 위해 썼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던 사회도 분명히 존재했고, 정치적인 장난질(오만함)도 확인하면서 “이게 맞나?” 라는 질문으로 급선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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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 언제부터 모성을 포기해야 했는지, 그 과정이 상세히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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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많은 사람들의 알고리즘에 떴겠지만) 최근에 르완다에 사는 한국어능력자 외국인짤을 봤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굉장히 인상깊었다.
예전에는 한사람이 결혼하면 마을 전체가 같이 돕고, 마을의 잔치가 되었는데, 그 어마어마한 결혼준비를 <핵가족>이 되면서 신랑 신부 직계 가족의 몫이 되었다는 거다. 어떻게 결혼을 하겠냔 소리를 했는데, 이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자식이 '소유'가 아니었을 때,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들도 기꺼이 남의 자식들을 데려다 키우고 해왔다. 모성의 본능을 잘 키워준 사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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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암묵지가 어느새 핵가족으로 넘어오면서, 조용히 사라져버렸다는 것.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선' 잘지키는 문명화된 국민으로서,
자기 자식은 자기만 키우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왔다는 거다.
공동체를 ‘미개하다’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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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봐도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부분들이 역사를 거쳐 조작되어 왔고, 냉소적으로 변해왔는지 알 수 있다.
그럴 떄
“냉소적인 마음이 들 때면 ‘미국 여성은 어째서 자녀를 갖지 않는가’ 라고 할 것이 아니라 대체 ‘어째서 자녀를 가져야 하는가’라고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더 희망이 느껴질 때면 더욱 생산적인 질문을 떠올리기 떄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자원이 고갈된 지구와 시간과 돈이 고갈된 존재가 요구하듯이 새로운 생명을 적게 만듦켠서 아이들이 선사하는 기쁨과 희망,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을까? 자녀를 갖고 갖지 않는 것의 차이가 그렇게 냉혹하지 않은 미래. 한 아이에게 둘 이상의 어른이 개입하는 미래, 모성이 직장과 삶에 짓눌리지 않는 미래, 어머니가 아니라고 해서 다음 세대를 양육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만약 새로운 아이를 만드는 것이 진정 공동체에 기쁨이 되고 매일 실질적인 책임이 된다면 어떨까’라고 이론가 도나 해러웨이는 질문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 몸으로 낳은 아이>라는 생각을 뛰어넘는 사고가 요구된다고 그는 설명한다” 본문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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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해결책이라기 보다, 우리가 이 문제를 <우리 모두의 것>으로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진리를 잊지 않는 것, 이것을 기준으로 해서 인구문제도- 인권문제도- 나아가 환경문제까지 하나하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토록 원하는 세계평화는 당장 내 눈앞의 한 사람들의 행복에서 시작된다. 병원 문제, 인구 절벽, 지방과 격차 등 여러 문제를 맞닥뜨릴 것이다.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게,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가지고 올 떄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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