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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 - 생존이 곧 레퍼런스인 여자들의 남초 직군 분투기
박진희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6월
평점 :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결과론적으로만 생각하면 힘이 빠지지만,
계속된 실패에도 ‘당연한 실패’로 받아들이고, 개의치 않고 시도하는 것- 행위에 의미를 둔다면
지금 우리의 노력이 좀 더 가뿐해질것.
<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는 단숨에 읽히는 책이다.
나름 남초회사에서 일하면서, 살아남기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비장하게 책을 펼쳐 들었는데 웬걸.
온유한 인터뷰어의 질문과 문체가 ‘아 여성의 힘은 역시 조화구나‘ 라는 깨달음을,
그리고 굳이, 남성스러워질 필요가 없다는 안도를 얻었다.
한편으로 ’여성‘이라는 수식이 필요없는 전문가들을 보면서 내 스스로 얼마나 노력했는지 냉정하게 되물을 수 있었다(뼈맞..)
그중에서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한명은 ’엄마선장‘이 목표라는 김승주님, 목표설정 자체가 너무 현실적이면서 이상적이면서, 모범적이기까지 해서- 꼭 엄마 선장이 되길 응원하는 마음이 일었다.
그리고 대동물 수의사 신민정님의 인터뷰는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정확하게 꼬집어냈다. 남자도 쩔쩔매는 500킬로의 소를 치료하고 돌보면서, 체력적으론 여자가 떨어질 수 있지만 섬세한 소를 다루고 파악하는 건 또 여자라서 유리하다는 점,
뭐랄까. 이분은 사회가 어떻고 환경이 어쩐다는 생각자체를 안하는 것 같았다. 온전히 자신의 태도와 그 일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시는게 느껴졌다.
그 프로페셔널이 중도?처럼 느껴졌다. 올곧지만 차갑지 않았다.(인간적으로 닮고 싶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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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울회사) 글렀어‘라는 생각을 하게 된지도 어느새 1년, ’그만둬야지‘라는 마음도 같이 갔던 듯 하다.
오늘 출근해서 편집 마무리하고, 이 책을 들고 나오는데,
막내 연출(여자)인 친구가 기웃기웃하더니, 나에게 “여기 서버 연결이 안돼요…” 라고 속삭여왔다(?)
확인했다가 “아, 아이디 잘못입력했어요ㅋㅋ!”라고 말하고 정정해드렸는데
회사를 빠져나오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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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여자 연출 선배가 없었지만, 항상 안부를 묻고(지금까지도..) 챙겨주신 작가님들과 여자 동기가 있었다.
성인지감수성 떨어지는 선배들 사이에서, 울고 바락바락 대들고 했던 것도 어쩌면 그녀들이 내 든든한 뒷배로 있었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내가 나가면 이친구는 어쩌지, 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별건 아니어도 저 때 받는 도움이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 알기에,
그래서 책을 다 읽은 지금, 진로의 목적을 정확히 해야겠단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런 때라서 내가 닮고 싶다 생각한 사람들의 결이 비슷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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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생존이 곧 레퍼런스인 여자들의 남초 직군 분투기”라고 썼는데,
책에 나온 대부분의 직군에서 그녀들은 ‘최초’의 레퍼런스들이 될터였다.
이런 책임감이 또 기본장착된 그녀들을 보면서, 대단히 원더우먼은 아니어도 누구 한명에겐 롤모델이 되어줘야겠단 (새끼손톱만한) 책임감이 충천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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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많은 격려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신기한 직업의 세계 체험까지 할 수 있어서 훨씬 쉽게 읽히고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