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 양장본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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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베를린장벽 이야기부터 나는 이 책이
내 인생의 궤적을 영원히 바꿔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야만 할까. 이 고통을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라에 버림받아 제발 죽게해달라고 애원하는 어떤 난민의 편지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새된 소리를 냈다. 모두에게 거부당하고, 한편으로 총알받이로 쓰이는 자신들의 처지가 도대체 이해가 될까? 죽음 외에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그 마음을 헤아리려고 보니 어떤 스릴러보다 무섭고, 그 어둠에 깜짝 놀라 소리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외된 사람들, 아니 이렇게 가벼운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래, 내가 이 가련한 사람들을 동정할 자격이나 있단 말이냐. 깊은 슬픔에 빠졌다가 나도 모르게 내안의 뻔뻔한 가면이 고개를 들었다.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아이구 불쌍해' 라고 방관하며 동정하는, 나와는 상관없다는 그런 가면.

과연 이 일이 나와 상관없는 일일까.
그녀가 여성의 인권운동을 한 이유는 폭력적인 아버지, 방관하는 어머니.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다. 아니 어쩌면 피해자로 끝나는게 정해진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글'이 있었다. 그녀를 구원해줄 '글'이 있어 이렇게나 자신을 돌아보고, 피해자인 자신을 죽이고, 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에이즈, 낙태, 강간.. 보기만 해도 거부감이 드는 이 주제들에 대해 그녀는 간절하게 호소한다.
'제발 고개 돌리지 마세요. 제발 웃지말고 싸워주세요' 라고.

수많은 벽에 부딪혔지만, 관성처럼 나는 피하고 숨고, 견뎠다. 내 속에 '나'는 싯다르타가 되고 싶었고, 싱클레어가 되고 싶었고, 조르바가 되고 싶었는데 왜 이들은 전부 '남자'일까-라는 질문을 최근에야 하게 되었다. 아니 최근에 나는 어떤 유리천장을 처음 느낀것이다. 어찌보면 복받았다.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처럼 그저 내 육신이 걸레짝처럼 느껴지는 상황은 없었지만, 그들의 고통이 정말 나와 상관없는 일일까.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역사를 반추하면 힘의 시대였고, 여성은 숨죽여야하는 시간동안 자신을 죽이는 방식으로 견뎌온 것이 사실이다. 이분법으로 나누고 싶어 말하는게 아니다. 상처받는 이들, 슬픈 이들의 얼굴은 남여를 가리지 않는다. (여성성?여성스럽다?를 말하는건 논외)
하지만 여성의 삶의 방식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뜯어보자면,
전쟁은 절대 여성의 얼굴을 할 수가 없다.

역사 속에 살아가는 존재라면, 이 이야기는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이야기.
그리고 나를 해방하기 위해 필요한 사유가 전부 여기 있다.

그래서 종으로 횡으로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더 많이 안테나를 펼치고 소외되지 않게, 더 많은 사람들을 살펴봐야한다.
내가 놓치고 있는게 얼마나 많이 있을까.
마음이 분주해진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끌어안을 수 있길-
#그들의슬픔을껴안을수밖에 #푸른숲 #이브엔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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