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선집 3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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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북을 받았다. 그 짧은 단편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먼저 작가가 자기 인생 초년에 중요했던 책을 다시 읽는다는 말에 부리나케 책장에 달려가, 내가 20대에 두고두고 읽었던 프루스트를 아시나요?를 꺼냈다
먼지를 털어내고 책상 위에 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새로워졌다. 그리고 프루스트가 오늘을 사랑하는 방법을 이야기할때 느꼈던 환희, 신선함 그 스무살의 내가 다시 기억이 났다. '기차역에 가면 노선도를 보고 상상해야지, 혼자서 여행을 다녀봐야지'했던 그 기억들까지 소환완료.

그리고 작가가 처음 엄마 손을 잡고 상가 도서관에서 사서와 인사를 나누고, 골랐던 책을 보니 엄마가 목포 시내에서 가장 큰 서점에 데려가 우리가 살 책을 고르게 했던 날이 생각났다.
도서관이 놀이터였지만 직접 돈을 주고 책을 산건 그때가 처음인 것 같은데, 우리가 골랐던 책이 '제인에어'와 '키다리아저씨'였다. 아마 엄마가 어린이를 위한 '고전'코너에 데려가 여기서부터 여기 안에 있는것만 고르라고 했겠지만, 신기하게 주인공이 다 여자였네

"책들에 나오는 대다수 여자가 피도 살도 없는 뻣뻣한 막대기이고, 오로지 주인공의 운명에 좌절을 안기거나 행운을 선사하기 위해 등장할 뿐이라는 걸 깨달은 바"라는 문장을 보고, 내가 최근에 본 영화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공교롭게도 "왜 항상 여자는 들러리야?"라는 의문을 품었거든.

그리고 그가 그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이란. 여기까지도 내게 익어온 선입견이겠지.

그리고 정말 최근에 반성하고 있는 부분을 그녀가 똑같이 고민했을 때, 처음엔 내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했는데 아, 아니구나 나는 정말 보통의 여성으로 이시대에 적응하려고 아등바등 잘 살아가고 있구나, 싶었다.
"자아분열에 매몰된 나머지" 내 가까운 사람들을 밀어내고, 호전적으로 따지고, 그렇게 "자처해버리고 만 편협한 경험의 궁지"를 시릴정도로 깨달아버린 것이다.
체호프가 "타인이 나를 노예로 만들었다 해도, 나 자신을 쥐어짜서 내 안의 노예근성을 한 방울 한 방울 뽑아내야 할 당사자는 바로 나"라고 말했다는데, 나는 나의 노예였구나- 어디 우주 심연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 머리가 울렸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을 다시, 다르게 읽게 되었다.그녀가 원했던 대로 이 짧막한 단편에서 나는 그녀가 "경험하고 느낀대로 체감"할 수 있었다.

오늘은 다시 프루스트를 탐독해봐야겠다.

#글항아리 #끝나지않은일 #비비언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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