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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2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3월
평점 :
* 출판사 밝은세상에서 이미 10년간 베스트셀러였던 프랑스 소설을 출간한다는 소식을 지난달 접했다. 그 책이 바로 조엘 디케르의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의 줄거리를 보니 2010년에 읽었던 '빅 픽처'가 생각나면서, 그때만큼 짜릿한 추리의 과정을 따라가보고 싶었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1권, 2권으로 총 두 권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이다. 얇지 않은 두 권의 책이어서 읽기 전부터 걱정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대장정의 막을 내리고 서평을 작성해 본다.
▶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등장인물
등장인물만 15명은 족히 넘는다. 등장인물의 수만 봐도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 어떤 스케일인지 알 수 있다. 마커스가 많은 등장인물들을 만나며 증언을 듣고 퍼즐을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고구마를 먹은 것 같은 담담함을 느끼기도, 때론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등장인물이 많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몰입이 너무 잘 되는 소설이라 그냥 읽어도 수사를 따라가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 관전 포인트 1 : 소설 속 사회적 배경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해당 연도의 미국의 대통령이나, 사건들을 그대로 사용한다. 처음에는 케네디, 오바마 등 대통령의 이름들이 나와서 실존주의 소설인가(?) 하며 혼란이 왔었다.
이 소설은 2008년인 현재와, 1975년인 과거를 넘나들며 이야기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시대적, 사회적 배경 속에서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의 특성을 눈여겨볼 수 있었다.
▶ 관전 포인트 2 : 마커스의 괴짜 시절 생활 vs 해리의 오로라에서의 생활
마커스는 버로스 대학교에 입학 전, 펠튼 고교에서는 '괴짜'로 통했고 영웅으로 살았다. 시작은 운동 과목 접수 때 지각을 해 인기 종목이었던 축구와 농구를 선택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된 라크로스 팀에서부터이다.
차선책으로 선택했던 비인기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마커스는 선택의 순간마다 하향 선택을 하여 그 그룹에서 뛰어남을 자랑한다. 용의 꼬리가 아닌 뱀의 머리를 선택한 격이다.
결국 마커스는 뛰어난 경쟁자들과의 경쟁을 피하며 살아왔고 대학교마저도 하버드나 예일이 아닌 버로스 대학교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해리 쿼버트 교수를 만나게 된다. 이후의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겠다.
2008년 놀라 켈러 건의 유골이 발견되며 경찰의 수사와 마커스의 수사도 시작된다. 그 과정 속에서 해리가 홀로 오로라에 정착하며 겪게 되는 일과 그 시간 속에서의 해리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그가 했던 행동을 알게 된다.
▶ 관전 포인트 3 : 1~31장의 글쓰기 강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진행되는 수사를 통해 판도라의 상자를 하나하나 열어보듯 진실을 마주하고 퍼즐을 맞춰나간다. 그 과정과 더불어 우리는 해리 쿼버트 교수의 글쓰기 강의를 청강하게 된다.
수사가 진전이 잘되지 않거나 뒤 내용이 너무 궁금한데 더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일 때, 해리 교수의 글쓰기 강의가 내 머릿속을 환기시켜주었다. 저자가 의도한바일까?
▶ 책 속의 책
인생은 기나긴 추락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 잘 추락하는 방법을 아는 건 무엇보다 중요해. (1권 126p)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네가 인생이라는 코스를 달리는 동안 절절한 열정을 쏟아부었다면 삶의 성패와 관계없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거지. (2권 134p)
글을 쓰다 보면 가끔 좌절하게 될 때가 있어. 그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야. … 자네에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달릴 힘이 있다면, 자네에게 결승선까지 완주할 힘이 있다면, 달리기에 쏟아부을 힘이 있다면, 그리하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면, 자네는 글을 쓸 역량을 갖춘 셈이지. (2권 400p)
책이 끝났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죠? / 책은 우리네 인생과 같아. 그 어느 순간에도 정말로 끝나는 경우는 없으니까. (2권 497p)
▶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을 읽고 나서
거의 10년 만에 소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통해 또 다른 쾌감을 맛보게 되었다. 두 권을 합치면 벽돌 책 수준의 양이지만 양이 무색할 만큼 강하게 몰입하여 함께 수사를 하며 추리했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이야기를 한 명 한 명 들어가며 진행이 되다 보니 '인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대입해 보며 빠져들었다.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면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고 되어있는데 정말 반전의 연속이다. 넷플릭스를 보다 보면 가장 재미있고, 중요한 순간에 다음 화로 넘어가게 만들어 탄식을 하곤 하는데 이 책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