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마리온 이야기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감독 / EBS미디어센터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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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8년 포르투갈의 항해사 바스코 다가마는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지나 마다가스카르, 레위니옹, 모리셔스, 세이셸 등 인도양의 크고 작은 섬들을 발견한다. 처녀섬의 발견, 누군가에게는 최초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최후가 되기도 했다.." 다소 비장한 나래이션으로 시작하는 EBS 다큐 프라임 '마리온 이야기', 는 바다가 신화가 되고 섬이 전설이 되던 시절, 이 그만 끝나버린 그 때, 마지막 전설이 되버린 육지거북 '마리온' 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화로운 세이셸 섬에서 한가족을 이루어 살던 마리온과 수컷, 그리고 아가거북. 갑작스럽게 등장한 인간들이, 항해기간 동안 배에 싣고다니면서 언제든 '먹을 수' 있었던 식용,으로 이들 육지거북을 취급하게 되면서 그들의 멸종이 시작된다.

일명, 코끼리 거북, 이라고도 불리는 이 육지거북은 무게가 300kg에 달하고 그 수명은 무려 200살. 100년에 단 한번 있는 짝짓기로 비로소 가정을 이룬 마리온이, 하루를 백년같이, 백년을 하루같이 자연의 시간 속에 순응하며 살고 있던 중, 그만 사람들에게 포획이 되어 팔려간 곳은 '안나'라는 소녀가 살고 있는 집. 비록 식용이 아닌, 안나의 친구, 로 팔려 생명은 보존했지만, 세이셸 섬에서 헤어지던 순간의 아가거북의 눈망울을 잊지 못하는 마리온, 은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한다. 하루 온종일 걸려 탈출하였지만, 사람들은 한걸음에 그를 잡으러 오고, 이렇게 탈출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마리온의 고향섬에 대한 향수와 아가거북에 대한 그리움은 깊어만 가는데, 우연히 마을을 방문한 동물학자로부터 마리온이, 희귀의 멸종동물인 '세이셸 코끼리거북' 이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안나, 는 결국 마리온의 탈출을 도와주게 된다. 

안나의 도움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무사히 마을을 벗어나는 것에 성공한 마리온, 바다에 가면 이곳을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아가거북이 있는 자신의 고향 세이셸 섬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하나로 그 천근같은 느린 걸음을 재촉,, 마리온의 그 힘겨운 발걸음 하나하나엔, 가족들과의 행복했던 시간들, 꼭 돌아오겠다고 눈으로 약속했던 아가거북에 대한 미안함, 이 사무친다. 드디어 바다에 도착한 마리온, 그러나 마리온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자신은 바다를 헤엄칠 수는 없는 '육지거북' 이라는 사실.- 이런 멍청한 거북이가 있나, 솔직히 안타까왔다는. 바다를 건너지 못하는 마리온, 은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바다 건너 아가거북이 있는 자신의 섬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또다른 희망에 자꾸만 더,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되고, 드디어 바다 끝 절벽 꼭대기에 올라선 마리온의 눈 앞엔 그렇게나 간절하게 돌아가고 싶어했던 세이셸 섬이 저 멀리 펼쳐졌다. 그러나 오랜 굶주림과 고행과 같던 탈출과정으로 이미 탈진해버린 마리온은 절벽 위에서 그만 돌아올 수 없는 깊은 잠에 빠져버린다.. 

" 기록에 의하면 마리온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죽었다고 한다. 당시 그의 나이는 지구상 동물중 최고령인 200세였다. 120년 동안 무려 33번의 탈출을 시도했던 마리온은 결국 1918년, 120년 간의 고독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고에 의한 죽음이었는지 혹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지막 나래이션이 자막으로 올라가면서 다큐멘타리, 는 끝이 나는데, 보고나서의 기분이 어찌나 먹먹한지. 예약주문을 해야만 했고, 주문하고도 몇주를 기다려야했던 이유가 있긴 있구나 싶기도 하였고, 이런 것에 감동을 아무리 먹어도, 딱히 나로선 '할 수 있는 일' 이 없는데, 어쩌라고, 싶은 마음도 울컥 들기도 하는, 하여튼, '한반도의 공룡' 에 이어 괜히 또한번 눈물을 찔끔거리게 하는 다큐. 지구상에 있었던 5차례의 대량 멸종 - 운석의 충돌,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그리고 천재지변 등- 에 이은 또 하나의 멸종이 바로 이 다큐멘타리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 '종' 에 의한 '종'의 멸종, 이다. 인류의 발견이 동물에겐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경고,, 허나, 이를 '경고'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싶은.. 답이 없다라는 생각.. (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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