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보 두다멜 - 프로미스 오브 뮤직 - 한글자막 포함
Gustavo Dudamel / DG (도이치 그라모폰)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사실 구스타보 두다멜, 에 대하여 들은 것은, 지난 봄에 런던필을 이끌고 왔던 내 나름대로의 표현을 쓰자면 '막장싸가지' 블라드미르 유롭스키, 에 대한 탐색 중에서였다. 유롭스키를 비롯한 '너무나' 젊은 지휘자, 의 명단 중에, 75년 생 다니엘 하딩과 더불어 무려 81년 생,구스타보 두다멜, 이 있었고, 2009-2010 시즌 LA 필을 맡게 됬다는 설명과는 어울리지 않게 참으로 장난끼가 가득한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어리다고 하기에는 참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야할까. 그가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유스오케스트라' 의 지휘자였다는 사실, 아니 그것보다 그가, 그 유명한 베네수엘라의 '엘시스테마'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그가 왜 그런 얼굴을 갖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것은 기적이다, 그들이 온다.." 와 같이 엄청스런 카피를 물고, 다다음주 진짜 구스타보 두다멜과 그의 '시몬 볼리바르 유스오케스트라' 가 예술의 전당에 온다. 2007년 이던가, 2004년이던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영국 BBC 프롬스에서의 연주가 참 많이 유투브에 올라와있는 덕에 본 것은 있는지라, 그 유명한 '맘보'를, 그 유명한 베네수엘라 국기가 그려진 점퍼를 입고, 노다메칸타빌레, 가 먼저인지 이들이 먼저였는지 잘 모르겠는, 첼로 돌리기, 바이올린 쳐들기 등등의 퍼포먼스가 우리나라의 예술의 전당, 에서 펼쳐질 것이다. 유투브로 보았을 때, 왜 그들이  잠시 '암전' 을 하는 참 드문 짓을 하면서까지, 자기나라 국기가 그려진 그 퍼런 점퍼로 갈아 입고 앙콜연주를 하는 걸까, 궁금했었는데, 바로 이 'The Promise Of Music' 을 보고나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었다.. 

1975년,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이며 문화부 장관을 지낸 사회 운동가, 오르간 연주자이기도 한,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Abreu) 박사가  폭력과 마약, 빈곤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총 대신 악기를 쥐어주자는 '엘 시스테마(El Sistema)' 운동을 주창했고 이 '엘 시스테마'가 3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베네수엘라에는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이백여개가 넘으며, 그 중 정예멤버들만을 뽑아 만든 오케스트라가 바로 시몬 볼리바르 유스오케스트라. 이들 멤버중에서 베를린필 연주자로 뽑혀간 사람도 있고,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도 제각각 활동을 하고 있으며, 두다멜 역시 이곳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다 지휘의 세계에 눈을 뜬 경우.. 최근 음악계에서는 그래서 이렇게들 말하곤 한다고 한다. "앞으로 미래의 세계적 음악가는 모두 베네수엘라에서 나온다 ", 세계최고의 미인 배출국에 이어 베네수엘라는 이제 세계적 음악가들을 탄생시키는 요람이 된 것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DVD는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가 있기까지의 '엘시스테마'의 소개와 엘 시스테마 산하의 어린이 오케스트라,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소개할뿐만 아니라, 정말 그곳에서 악기를 처음 쥐고 배우는 학생들의 열악한 삶의 환경, 처지도 숨김없이 보여주는 가운데, 악기가, 음악이, 무엇보다 국가가 어떻게 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루 먹을 것이 없던 처지의 아이들에게 악기가 왠말이냐 싶기도 했지만, 국가가, 정부가 든든하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탓에, 괜한 상처라든지, 헛바람 같은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정말이지 저런 세상도 있나 싶은,, 천국의 아이들을 만나고 온 듯한 기분.. 뛰어난 실력으로 세계로 활동영역을 넓혀간 시몬 볼리바르 유스오케스트라 출신 단원들은, 그야말로 이제 '먹고살만한' 처지가 되었지만, 틈만 나면 베네수엘라로 달려와 십년전, 오년전의 자기, 였던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내가 없으면 아이들을 누가 가르치나 걱정도 되구요, 내가 받은 것을 돌려주는게 당연한거라고 보니까요.."

2007년 독일 본에서 열린 베토벤 페스티벌에서의 연주 실황을 담고 있는데, 연주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타면서 '첫비행기' 라 설레이는 모습, 시차 극복하려고 밤새미네이터 하는 모습.. 공항 로비에서 두다멜과 우리식으로 따지면 '족구' 하는 천진난만한 모습이 어느새 공연장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한 연주자의 모습이 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주곡은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 연주가 끝나고, 엘시스테마의 창시자인 아브레우 박사가, 휘청거릴만큼 이제 노년의 할아버지가 된 그가, 손자뻘 되는 연주자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며 흐뭇하게 짓는 웃음은... 정말이지 눈물도 찔끔..베네수엘라 만세네.. 가 저절로 튀어나올뻔도 했다는. 우리나라에도 부산 소년의 집 교향악단이, 정명훈 선생 아들인 정민, 군에 의해서 근근히,이어져가고 있지만, 어째 매번의 연주가 '기금모금' 연주인지.. 우리나라가 '부의 배분' 을 조금만 더 현명하게 할 줄 알았으면 싶은 생각이 들더라만,, KBS 교향악단이 오년도 넘게 같은 단복을 입고, 심지어 월급도 안나와서 단원들이 떠나는 바람에 말러 같은 건 꿈도 못꾸고 프로그램 변경을 습관처럼 하고 있는 사실을 보면.. 참 어렵다는 생각.. (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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