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책인지를 도대체,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를 모르겠다. 아마도, 쉽게 장담할 일은 아니겠지만, 내가 올해 읽은 책 중에서 최고,  일 것이라고 벌써부터 말하고 싶어 입은 간질간질, 마음은 쿵당쿵당, '어쩌지를' 못하게 만들었음은 분명하다. 요며칠 읽은 두권의 책은 공교롭게, 정말 그럴려고 그런게 아닌데, 제 2차 세계대전이 그 배경인 것들이었다. 그 중 한권인 이 책은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의  소설판, 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우선 이 책은 전체가 '서간문', 그러니까 편지들로 이루어져있다.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1946년, 영국의 런던과 '건지섬'을 오가며 전해진 편지, 그리고 그 인연들이 만들어낸 사람들이 다시 또 주고받는 편지, 처음부터 끝까지, 편지로 시작해서 편지로 끝나는, 소설. 물론 말미엔, 가장 유쾌한 캐릭터였던 '이솔라'의 탐정기록이 실리기도 한다. 전쟁을 배경으로, 전쟁으로 죽은, 전쟁으로 헤어진, 전쟁으로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유쾌해도 되는거야, 싶게, 세련된 위트와 유머가 그야말로 '작렬' 하는 책. 제법 많은 사람들이 주고받는 편지라, 헤매일수 있겠다 싶었던 생각은 금새 사라진다, 니들이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다 알고 있어, 와 같은 심정이 되서, 전혀 놓침없이 끝까지 쫒아갈 수 있는 치밀한 계산의 구성도 돋보이는 책. 

프랑스와 더 가깝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영국령, 이 된 '건지섬'. 독일점령하에서, 부족한 군식량 관계로 주민들은 돼지를 잡아먹는 일이 금지가 된다. 영리한 '아멜리아'는 죽은 돼지 한마리로 '돌려막기'를 하는 잔머리를 굴려, 모처럼 돼지구이 파티를 하게 되는데, 그만 파티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통금에 걸려버리는 위기를 맞이한다. 이 때, 둘러댄다고 둘러댄게, 바로 '독서회'. 얼떨결에 독서회를 구성하게 된 이들은 모임의 이름을 '감자껍질 파이 클럽' 이라고 명명. 그들이 피치못해 '독서회'를 시작하면서 다과를 나눌 때, 파이를 만들 재료가 없던 시국인지라, 감자를 으깨 파이속을 만들고 감자껍질로 파이껍질을 만들어서 먹었던 것에 착안한 이름.

이제 막 런던, 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작가 '줄리엣'과 그녀가 소장하고 있다가 중고책으로 팔린 찰스 램의 소설, 을 읽게 된 건지섬의 청년 '도시', 가 그녀에게 편지를 쓰게 되고, 그런 관계를 통해 그녀, '줄리엣'이 알게된 감자껍질파이 클럽의 멤버들의 이야기, 제 2차 세계대전을 주제로한 기고를 위해 건지섬으로 달려온 줄리엣이, 기어이 그곳에 정착하게 되면서 그들과 직접 부대끼고 수집하게 되고, 알게 되고, 느끼게 되는 전쟁 당시의 상황들, 사건들이 건지섬의 일상과 맞물리면서 필름처럼 돌아간다. 물론 죄다 그들이 서로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서 말이다..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면서, '히틀러'와  '유대인'이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것. 그러니까 너무나 오래 그렇게 보고들어서일 뿐, 그 전쟁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단지 히틀러와 유대인, 만은 아니라는 것. 특히, 먹을 것에 굶주린 섬의 아이들이 감자트럭을 쫒아갈 때, 한손엔 총을 겨누고 있지만 다른 한 손으론 슬쩍슬쩍 감자알을 떨어뜨리기 바쁘던 독일 병사들의 이야기라든지, 전쟁이 끝나면 '엘리자베스'와 그저 한 사람으로 이 건지섬에서 살기를 꿈꾸었던 독일장교, 그리고, 탈옥, 도 아니고, 굶주려 기운이 없어 수용소로 복귀하지 못했던 프랑스 소년을 숨겨주고 간호해주다 잡혀간 ' 엘리자베스', 그리고 그녀의 처형에 이르기까지, 그 전쟁의 한복판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자유는 잃었지만, 인생은 아름답다, 경의감을 느낄만큼,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들의 삶을, 타인의 삶과 단 한번도 차별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건지섬'에서 만들어나가는 희망은, 자유 이상의 그것이라고 할 수 있을 듯.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절절한 감동 앞에서 이런말을 하기는 좀 '뭣하지만', 이 책은 정말 웃기다, 재미있고 즐겁고 사람을 몇번씩 뒤집어지게 만들고야 만다. 채 언급하지 못한, 더 많은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그러하며, '성격대로 질러주는' 그들의 편지 내용이 또 그러하다. 그야말로 '어쩌면 좋아'가 절로 튀어나오게 사람을 꼼짝못하게 하는, 다소 4차원적인 희망 바이러스,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지금 판단하건데, 이 바이러스의 감염증후는, 이미 다 읽은 책을 자꾸 펼쳐보고 또 펼쳐보게 된다는 것. 격 쫌 떨어지는 비교겠지만, 1박 2일을 아무 생각없이 케이블 방송으로 보고 또 보고, 웃었던거 또 웃고 하는 것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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