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안해, 아직도 나를 알아가는 중이라서
연분도련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12월
평점 :
노랗게 물든 숲속의 두 갈래 길,
몸 하나로 두 길 갈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덤불 속으로 굽어든 한쪽 길을
끝까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중략)
지금으로부터 먼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느 숲속에서 두 갈래 길 만나 나는 --
나는 사람이 적게 다닌 길을 택했노라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다고.
Robert Frost <The Road Never Taken> 중에서
'만일 내가 이렇게 살 줄 이미 알았다면 과거의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는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저자는 세상, 친구 그리고 자신에게 동일한 질문을 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남의 일기를 들춰보듯이 두근거리고 가끔은 내 얘기같아 큰 소리로 웃기도 했다.
"고민해봤자 시간만 끌고 있는 거라면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가면 돼. 정답이 어디 있겠어. 다만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으면 돼."
20대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에 하나는 바로 '무민세대'라고 한다. 의미보다 무의한 것에서 의미를 찾겠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시대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는 세상을 향해 젊은이들의 저항적 포기가 아닐까? 바쁘게 경쟁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던 20대는 이제는 아무 의미 없는 것들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된 아닐까? 마치 페이지마다 뛰쳐나갈 것 같은 저자의 그림이야 말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은 이들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 나는 너를 토닥이며 말했고, 너는 내게 이렇게 말했지. "난 충분히 시간이 지났다 생각했는데, 왜 아직 마음 한편이 아프고 시린 걸까?"
아프니깐 청춘이라고 한다. 시간이 해결해줄꺼라고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여전히 현실의 풍파가 지나간 상처로 시리고 아프다. 취업이 안되니깐 내집 마련을 못한다. 내집 마련을 못하니깐 결혼을 못한다. 결혼을 못하니깐 자녀를 못낳는다. 노령화되다보니 청년인구의 부담이 증가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바다처럼 거대한 세상 앞에 선 우리 청춘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네가 빛나는 순간에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순간에도 너를 바라보며 네가 빛나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너무 어두워서 보이지 않을 뿐이지. 네가 빛나는 순간에야 너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거야."
'이런 세상에서 누가 나를 알아주겠는가?' 우주 한 구석, 먼지 위에 붙은 먼지보다 더 작은 초록별에 살아가는 나를. 그런데 별들은 하늘이 어두울수록 더 빛나는 법이다. 나도 그런게 아닐까? 나만 겪는 어려움이라면 왜 굳이 내 주변에 별처럼 많은 사람들이 있겠는가? 이들은 내 인생의 증인들이며 시청자들이다. 나의 빛나는 순간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다. 내가 가는 이길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지만,
"죄송해요. 아직 저도 저를 알아가는 중이라서요 그래요..."
라고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지만, 이 여정이 세상을, 친구를 그리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행이리라.
[목차]
Prologue
PART 1. 세상에 묻다
만만하지 않은 세상 | 이제 가도 되나요? | 각자의 때에 각자의 힘듦 | 선택지 | 어차피 모르는데 | 최선과 최악 | 열정의 기준 | 솔직한 동기 | 젊음 | 전국노예자랑 | 선크림 | 잠이 오지 않는 밤 | 싫어하는 일 | 장바구니 | 저녁이 보장된 삶 | 칼퇴를 바라지만 | 일기 쓰기 | 퇴근 후 하고 싶은 일 | 너무 걱정하지 마 | 나 너무 안 놀고 있네 | 누구를 위한 하루를 살고 있을까 | 지금 행복하세요? | 무민세대 | 왜 나만 착한 역할이야? | 만나서 반가웠어요 | 미안해, 내일의 나 | 전화가 무서워 | 을의 미팅 | 자책 타임 |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어 | 과정이 아름다운 여행 | 남아 있는 것은 | 피하는 방법 | 아프지 말자 | 마시멜로 이야기 | 여행자의 마음으로 | 인생 날씨 |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 준비의 차이 | 인생과 여행 | 오늘 해야 할 일 | 내가 아는 것보다 나는 강하다 | 그래도 두근두근
PART 2. 친구에게 묻다
생존신고 | 중독 | 할 말이 많은 우리들 |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 날카로운 질문 | 진심일 뿐인데 | 외로워 | 주말이라서 그래 | 더 사랑하게 되는 것들 | 속모습 | 유행어 | 모두에게 사랑받는 방법 | 거절의 맛 | 함께 무너지기 | 적당한 선 | 근데 원래는 | 솔직한 사람 | 네가 할 말은 아닐걸 | 싶다족 이야기 | 네가 안 되는 이유 | 청춘 | 결심했어 | 요즘 무슨 일 없니? | 좋게 좋게 넘어가 | 고양이들의 자리 | 용식이 | 이상한 시대 | 열심히는 살고 있는데 | 혼자 잘해주고 혼자 상처 받기 | 괜찮으면 안 된다고 | 고마워 | 우리가 계절이라면 | 우울함을 이기는 방법 | 당연한 현상 | 너도 울어도 돼 | 낭만적인 사람 | 내 손을 잡아 | 토닥토닥
PART 3. 나에게 묻다
나 자신일 때가 더 많았다 | 빛나는 순 | 몸의 신호 |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 쉬는 시간 | 분명 쉰다고 했는데 | 끝이 보이지 않아도 쉬어갈 순 있잖아 | 어떤 미래가 올까 | 한 번 사는 인생 | 평범한 사람 | 직업을 바꿔야 하나 | 붕 뜬 존재 | 꿈이 뭐예요? | 초연해지기 | 마라톤처럼 | 특별함과 동시에 평범하고 싶어요 | 주인공 | 눈치 보는 습관 | 고양이처럼 | 완벽한 하루 | 철든 모습 | 울지 마 | 쉽게 지워지는 힐링 | 불행하진 않을 것 같아서 | 용기를 낸 사람들 | 무사히 열심히 충분히 | 가계부 쓰기 | 소확행 | 반짝이는 순간 | 행복을 즐길 수 없게 되었다 | 나를 먼저 사랑하기 | 그래서 좋고, 그럼에도 좋다 |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 | 공항으로 가자 | 각자의 방법 | 행복을 강요하지 마세요 | 지금부터 행복하자 | 그네 타기처럼 | 하늘을 나는 상상 |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