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홍씨. 비운의 궁중 속 그녀가 쓴 영조-사도세자-정조에 이은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친정에 대한 이야기. 80세가 넘는 세월을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은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너무나도 힘든 가운데에서도 가족들을 생각하며 살아남은 그녀. 그리고 그녀가 남긴 그 시절의 이야기. 그 속에 이들의 새로운 모습이 보여진다. 생각해보면 정말 궁궐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는 사람은 당사자 외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당사자들은 자신 위주로 그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혜경궁 홍씨의 이 이야기 책도 자신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한중록과 다른 서적들을 참고하여 그 시절을 좀 더 세밀하게 알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영,정조 시절을 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녀의 힘겹고도 힘겨웠던 세월들을 한 권의 책으로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다들 알다시피 혜경궁 홍씨는 조선시대, 영조의 아들이자 정조의 친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부인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아는 사도세자는 어떤 사유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 세자였다. 과연 그 죄가 얼마나 간악하기에 뒤주에 갇혀 며칠을 방치하여 죽게 되었는가... 한중록 속에서 혜경궁 홍씨는 사도세자가 병증이 있었음을 밝힌다. 하지만 이 사실을 영조가 모르고 진행되었다면 병이 있는 아들을 꾸지람하여 죽인 부도덕한 아비가 되는것. 죄를 지은 죄인으로 죽인 것이라면 아들인 정조는 죄인의 아들이 된다는 힘겨운 상황에 놓여있는 이야기. 자신이 직계손이 아닌 것을 언제나 마음에 두며 아들을 여유롭게 볼 수 없었던 영조. 그런 아버지를 언제나 두려운 대상으로만 보며 자신의 영특함을 다 내놓지 못하고 죽은 사도세자. 아버지의 비통한 죽음을 눌러담으며 영조의 손자로 효장세자의 양자로 사도세자의 친 아들로 자신을 유지해야했던 정조. 세 부자의 외 줄 위의 힘겨운 줄타기는 결국 중간에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이끄는 비극을 만들었다. 이 책 속에서 혜경궁 홍씨는 아무래도 자신의 친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세자의 왕의 외가로써 외로운 길을 걸어간 혜경궁 홍씨의 아버지와 가족들. 척리를 이야기하며 이들을 누르려는 새로운 세력들 속에서 그들은 최고의 벼슬을 얻기도 하고 최악의 상황으로 죽음을 얻기도 하였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아야 했던 혜경궁 홍씨. 여인의 몸으로 자신의 남편이, 아버지가, 동생이 죽어나가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그래도 아들 정조 하나만을 바라보며 자신을 버릴 수 없었던 그녀. 그 속의 슬픈 이야기가 이 책 속에 일부나마 담겨있다. 행복할 것 같았던 가족들과의 시간을 일찍 헤어나와야 했던 어린 혜경궁 홍씨. 그 기나긴 궁중 생활 속에서 그녀가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슬픔과 회한 속에서 지낸 시간이 행복한 시간보다 더 긴 그 세월. 그녀는 어떤 마음으로 그 세월을 이겨나갔을까? 왠지 지금 너무나도 힘든 내 상황. 아군은 없이 적만 있는 것 같은 내 상황이 겹쳐지면서 마음이 아팠다. 물론 나는 죽음과 생 사이의 일 까지는 아니지만, 내 자신을 아직은 놓을 수 없는 이 상황을 이겨나가기 위해 다시 한번 혜경궁 홍씨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이 책과 함께 영,정조 실록들을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