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서 이미 치명적인 유혹을 받는다. 그리고 아름다운 여성성을 발견한다. 작가 제미란이 쓴 이 책은 우리나라 14명의 여성 미술가들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전한다. 특히 대부분 50년대생인 그녀들이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는 여성의 몸으로 작품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았다. 그 시선 속에서 한사람의 부인과 자녀들의 어머니로 생활을 책임지면서 행해야 했던 작품활동은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룩하였다. 아무래도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은 우리네 여성들의 모습과 마음을 많이 표현한다. 그 기술방법이 다를 뿐, 그녀들은 여성으로써의 부정적 시선과 얽매여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당당히 맞서며 이야기 한다. 그런점에서 다른 여성들의 공감을 좀 더 많이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 것 같다. 나 자신도 읽으면서 미술에 대해 예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공감하는 마음을 쉬이 가질 수 있었다. 외국의 유명 작품들은 종종 보았으나 우리나라 작가들의 미술품은 거의 본 적 없는 나에게 우리나라 여성들의 이런 작품활동이 긴시간 전부터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아름다웠다. 위태로운 우리네 인생을 그림으로 표현한 '김원숙' 투박해 보이는 연필선 만으로 모든 만개한 모습(사람이든 꽃이든)을 표현한 '김은주' 씨앗의 여인, 모든 식물을 모든 곳에서 피어나게 할 수 있는 마술적 표현 '김주연' 여성으로써의 힘든 일생을 담담하면서도 일부 화려한 색채로 표현한 '류준화' 여성의 고통과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박미화' 직접 자신이 모델이 되어 사진으로 여성의 삶을 표현하는 '송상희' 어머니와 7자매가 함께하는 가족 공동 공방 '아원공방' 강렬한 필체로 고통을 승화시키는 '양광자' 색점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색점의 미술사 '양주혜' 주인을 잃은 마리오네트 처럼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유미옥' 아름다운 핑크색이지만 그 속에 섬뜩한 모습이 표현되는 '윤석남' 소리를 그림 속에 담아내는 소리미술사 '윤희수' 삶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하지만 아름다운 풍만함을 가진 여성을 표현하는 '한애규' 머리카락,거미줄의 여인.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엮어 만드는 아름다움을 표현한 '함연주' 각각 표현방식은 다르나 비슷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 내면 속 이야기가 내 가슴속에 울린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어머니와 7자매가 함께하는 아원공방. 손님을 맞이하는 인사가 "차 한 잔 하실래요?" 라는 푸근한 마음이 작품속에도 전해지면서 많은 분들이 그 매력속에 빠지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윤석남의 핑크소파. 부인과 어머니로써 맘 편히 쉬지 못하는 그 소파의 모습이 왠지모르게 공감이 많이 되었다. 우리나라 미술사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고 특히 여성 미술사들의 이야기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어 즐거웠다. 좀 더 젋은 여성 미술가들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책 또는 전시회가 많이 기획되고 많이 홍보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