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나라 도둑 괴물 비룡소 전래동화 29
송언 글, 장선환 그림 / 비룡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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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전래 동화는 전집도 있고, 어쩌다 간간히 한 권씩 사 모은 단행본도 있는데, 읽으면 모두 다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인 건 전래동화라는 게 그렇듯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림 역시 다 뭔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와서 다 읽고나서도 특별한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모처럼 책을 읽고 이쩅하니 다가 와서 글쓴이를 다시 들춰보기도 하고, 그림작가가 누군가를 다시 살펴 보게 되는 되는 책을 만났다.

 

 

<땅속 나라 도둑 괴물> - 송언 글, 장선환 그림

 

 

표지부터 봐라. 만만하지가 않다. 제목의 그 '땅속 나라 도둑 괴물'임이 분명한 괴물이 표지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목탄 느낌의 그림하며 생생한 표정들. 주인공이겠거니 미루어 짐작되는 한 청년은 그에 비해 아주 작은 사이즈로, 게다가 기둥 뒤에 반은 숨어 그려져 있다. 기세 등등한 괴물 얼굴에 비해 주눅이 든 듯한 표정. 이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세밀한 그림 좀 보게나. 정말 이야... 소리가 나오게 한다. 눈 덮힌 어느 겨울의 출정식 장면. 길거리 가게의 모습이며 사람들 표정까지. 꽉 채운 그림 어느 한 구석도 소홀히 그리지 않았다. 아이 책에서 이런 공들인 역작을 만나게 될 줄이야. 그냥 역사 책 한 페이지와 같은 부분도 있다. 일월오봉도 앞에 앉아 있는 임금님 모습은 공간 구성이며, 세밀한 묘사와 색감까지 그야말로 아름답다.

 

좋은 그림책 그림이란 건 지 혼자 잘 그린 거라기보다는 글의 내용을 잘 설명해주고, 또는 글에서 다 담을 수 없는 걸 상상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산신령이 황소만 한 호랑이를 타고 나타나 일러 주었지' 이 한 구절을 이 그림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거다. 그림 그 자체로도 좋지만, 그림책의 그림으로 정말 좋다고 생각되었던 부분.

 

마지막에 총각이 호랑이를 타고 하늘을 나는 내용이 나오는 페이지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 느낌. 배경 색의 색감하며 호랑이 날라가는 저 구도하며 우리 나라 심산유곡의 묘사와 함께 살펴 보면 나무 하나까지 세밀하게 그려 놓은 것이 정말 이 책 그림은 작품으로 해 놓았다 싶다.

 

워낙 그림이 우수하다보니 그림에 먼저 빠졌지만, 전래동화의 기본인 글 맛도 나쁘지 않다. 그대로 구연동화를 한다고 해도 흥미 있을 만큼 글의 맛이 팍팍 느껴지게 만드는 표현들이다. 아이도 그 자리에서 재미를 붙이며 읽어 치웠는데, 전래동화의 이야기 맛은 그대로 다 살아 있으면서 그림과 어우러져 산뜻한 분위기를 내는 책이다.

 

그냥 저냥 전래동화의 하나겠지 싶었는데 공을 많이 들인 그림에 미안해서라도 한번 더 펼쳐서 읽고 싶어진다. 자꾸 들쳐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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