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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보수 - 위기의 보수, 책에서 길을 묻다
이상돈 지음 / 책세상 / 2014년 9월
평점 :
미국 정치에 관한 가장 가치 있는 책
사실 정치인의 책을 즐겨 읽지는 않게 된다.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라고 해도, 일단 정치인이 썼다고 하면 정치인이 쓴 책이 얼마나 내용이 있겠나, 내용이 빈약하겠구나 불신만 생긴다.
공부하는 보수, 처음에는 보수라는 단어에 익숙지 않았고 더욱이 '공부하는' 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사실 보수라는 의미는 공부와 영 동떨어진 것만은 아니다. 보수주의의 원조라고 하는 에드먼드 버크만 봐도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자 저술가였다. 그래서였을까, 정치인이 썼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호기심에 책을 집어들었다.
놀랍게도 이 책은 단순히 개인적 정치 담론이 아닌 미국 정치에 대한 (무려!) 100권의 책에 관해 보수주의적 관점에서 풀어낸 평범치 않은 책이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미국과 아랍의 관계라던지 9.11이후의 정세를 세세하게 풀어놨고, 미국 정치지형을 통해 미국의 근현대사와 정치적 맥락이 자연스레 들어온다.
미국 정치 전문가라도 이 정도로 충실한 책은 쓰기 힘들 것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인상비평 식의 정치서에 비할 수 없는, 알차고 가치 있는 책이다.
진짜 보수의 의미를 생각하게 했던 저자 강연
사실 나는 어느모로 보나 정치적으로 보수와 친할 수 없지만, 기회가 되어 이상돈 교수의 저자 강연회도 참석했다. 이상돈 교수의 강연은 들을만하고 재미있었다.
강연은 저자가 70년대 말 유학했던 루이지애나의 사진으로 시작되었다. 아름답고 정돈된 유대인 거주지 사이에 자리잡은 거대한 빈민촌, 그 부자연스러운 모습은 바로 존슨 정부의 복지정책으로 만들어진 퍼블릭 하우스 거주지이다. 이어서, 카터정부의 외교 경제 정책의 실패와, 보수의 전성기였던 80년대의 레이건-대처 정부의 시절을 회고한다.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자.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진보와 보수가 없다. 그저 좌익과 우익만 있을 뿐이다. 사실, 우리나라 보수들이 받들고 있는 박정희는 보수와 큰 관계가 없다. 보수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박정희는 이걸 존중해본 적이 없다. 얼마나 통쾌한 설명인가.
진보와 보수는 우리의 생활속에서 밀접하게 들을 수 있는 단어지만, 이에 진짜 의미에 대해서는 왜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을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편견과 겉모습의 인상이 아닌 한번 보수와 진보의 진짜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강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