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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읽는 법
조용진 / 집문당 / 198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서양화와 동양화..그림에대한 많은 지식이 없어도 동양화와 서양화를 구분짓기는 아주 쉽다. 인물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자연을 흐릿하게 그려놓은 그림은 대개 서양화이다. 반대로 커다란 화폭과 구름, 나무와 강이 펼쳐진 한편에 자연스럽게(아주 조그맣게)사람이 그려져 있는것이 동양화다. 그리고 나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이런 동양화에 더 관심이 간다. 그리고 동양화 중에 동양인만의 독특한 우주관 내지는 인생관을 조형하기에 적합한 그림인 산수화를 좋아한다. 자연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고 자연과의 조화를 지향하는 물아일체를 추구하는것이랄까.
이 책에는 동양화를 보는 법이 아닌 읽는 법이 나와있다. 단순히 그림만 보는게 아니라 그림에 숨은 뜻이랄까.. 그런것을 찾게 해주는데, 그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과거 시험에서 장원급제를 한 그림을 읽는 법이었다. 한 과거시험에선 '산속에 있는 절'을 그리는게 시험문제 였다고한다. 그 중에 급제를 한 그림이 이러했다.
커다랗게 산과 숲을 그리고 아래로는 시냇물이 흐르게 그려 놓고는, 아주 조그맣게 스님이 물을 길러 가는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절은 그림에선 찾아볼수가 없다. 스님이 물을 길러 가는 모습은 스님이 산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리고 스님이 산속에 산다면 당연히 절이 산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림에서 절이 안보이는 이유는 산속 아주 깊은 곳에 있어 가려져서이다. 산속에 물을 길러가는 스님이 있는 그림 하나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이다.
또 어떤 과거 시험에선 '꽃밭을 걸어가는 말'을 그리는게 시험문제 였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전에 자신이 한번 '꽃밭을 걸어가는 말'을 그려보기 바라다. 생각하건데 분명 꽃밭을 그리고 그 위를 걸어가는 말을 그리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중에 한명이 이 책을 읽기전에 나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시험에서 장원급제를 한사람의 그림은 실로 놀라웠다. 역시 배경에 커다랗게 산과 나무와 구름이 그려있다. 그렇지만 꽃밭은 커녕 꽃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보통의 숲길을 말이 걸어간다.
그리고...말의 다리 주위에 아주 조그만 나비 두마리가 날아디닌다. 이 부분을 읽고 '아~'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잇는건지..말의 다리 주위에 나비가 날아다닌 다는 것은 그림에서는 찾아볼수 없지만, 전에 말이 꽃밭을 밟고 지나가 말의 발에 꽃 향기가 배어있음을 나타낸다. 이 그림을 읽고 놀라는건 나뿐이 아닐 것이다.
이 그림도 그냥 보았다면 '이 숲을 걸어가는구나..' 라고 생각 했을 건데,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그림을 읽는 법을 알려줘 그림을 즐기는 묘미를 한층 더해준다. 뿐만 아니라 이 그림들을 그린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의 심정이랄까..화가들의 재치랄까..이런 깊은 내면까지 엿 볼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을수록 '동양화 읽는법'이라는 이 책의 제목이 정말로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떨칠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기분을 느꼈으면 하는 바램에 조금 긴 잡담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