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백나무성의 라푼젤
배명은 지음 / 고블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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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동화부터 공포영화까지

시공간과 장르를 넘나드는 한국형 괴담 소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마귀로부터 살려면 내가 마귀로 살아야 하는 거야.

새집으로 이사를 왔다. 오래됐지만 조용하고 창밖으로 숲이 보이는 집.

그런데 어딘가에서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사각사각사각사각.

​

『수상한 한의원』, 『계화의 여름』을 쓴 배명은 작가가 이번에는 공포 소설집으로 돌아왔다. 괴담 하면 여름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을밤에 이토록 잘 어울리는 괴담이라니! 틈만 나면 나폴리탄 괴담을 찾아보는 괴담 마니아로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렇게 알차게 꽉 찬 괴담집은 언제나 반갑다.


이 괴담집은 무척 한국적이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 일제강점기 한국의 겨울 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설원을 달리는 철로, 제를 지내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민담 속에 등장했던 한국 귀신들이 마음껏 활개 친다. 오싹하면서도 기묘한, 잔혹동화 같은 이야기가 독자를 끌어들인다.

그런가 하면, 세 번째 작품인 「결계의 방」부터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간 주인공은 여름철 공포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다. 어딘지 모를 곳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복도를 기웃거리는 그림자, 어깨와 등이 스산해질 만큼 무서웠다.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진한 공포에 사로잡혀 책장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토속 귀신, 주술, 원한, 괴담에서 쓰일 수 있는 모든 요소가 총망라되어 페이지를 수놓는다. 다음에는 어떤 괴담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를 멈출 수 없었다.


또다른 특징은 '여성형 공포'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젠더폭력을 주요 소재로 삼기도 한다. 여성의 목소리를 입은 괴담은 한층 더 현실적이고, 더 실감난다.

이러한 특징이 연장선상이겠으나, 나는 이 괴담이 '불편하지 않아서 좋았다.'

괴담을 찾아 읽다 보면, 신체 장애나 약자를 향한 폭력을 공포 유발 소재로 삼는 이야기를 드물지 않게 접하게 된다. 그런 괴담은 불쾌감이 공포감을 눌러 버린다. 이 책은 오로지 분위기와 묘사만으로 두려운 공간을 구축하고, 무서움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괴담의 목적은 아이러니하게도 '안전함'에 있다. 일종의 놀이공원 어드벤처 같은 것이다. 안전바와 비상 정지 시스템을 갖추고, 허공으로 던져지는 것이다. 완벽하게 안전한 자리에서 공포심을 체험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적인 괴담은 실감 나는 공포감을 전달하면서도 절대 독자를 직접적으로 해쳐서는 안 된다. 이 이야기는 그 요건을 충족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안전하게 두려웠다.' 그러한 괴담을 만나 기뻤다.

서늘한 가을밤, 잊지 못할 귀신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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