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공포영화를 두려워하지만 좀비영화만큼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존재를 확신할 수 없는 죽은 사람의 원한보다 시체를 움직이게 만드는 바이러스가 더 비현실적이라고 여긴 탓이다.
그러나 동시에 실현된다면 가장 두려운 귀신은 좀비라고 생각했다. 죽은 사람의 원한 따위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 나를 죽이려고 달려든다는 것이 압도적으로 두려웠다. 그것은 생명의 위협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사랑을 잊지 않는 좀비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몸을 썩게 하고 사고를 정지시키는 바이러스에 정복당한 뒤에도 지워지지 않는 마음 한 켠이 있다면, 그 이야기는 어디로 나아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