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신다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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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일하다 죽는 사람들이 선한지 악한지를 떠나 다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이며 형제다.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개개인이 하나의 우주다. 그 우주가 매일 같이 무너지고 있는데, 어떻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멀쩡하게 사회가 돌아갈 수 있는지 의아했다. 일하다 죽는 사람들에게는 사회가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닌가.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영원히 집에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노동자는 드물 것이다.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연 800여명의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단순히 그 직업을 택했다는 이유로, 거기에 있었다는 이유로 오늘도 두 명의 사람이 퇴근하지 못했다.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는 한겨레 노동 담당 기자이기도 한 신다은 작가가 쓴, “뒤늦게 마감한 긴 부고”다. 어째서 일하다가 사람이 죽어야만 하는지, 왜 아직까지 상황이 바뀌지 않았는지, 왜 오늘도 사람이 죽었는데 세상이 고요한지, 그런 질문을 그냥 넘기지 못한 기자의 외침이기도 하다.

이 책은 평택항 이선호 씨 사고로 시작해 산재의 구조적 원인, 대부분의 산재가 은폐되는 이유, 기업·국가·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 등 대한민국 산재를 총체적으로 다룬다. 전반적인 산재 사고는 이 책 한 권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대부분의 용어를 풀어 쓰고, 어려운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산재가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전문 용어의 장벽을 꼽는다. 산재 사고의 정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동환경과 작업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관련 용어를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업 환경과 사고 발생 장면이 한눈에 그려지지 않으니 이해를 포기하고 지나치는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일반 대중이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로 쓰였다. 이렇게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산재 사고 기사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도중에도 산재 사고 기사를 접했다. 추석 연휴 전날인 9월 27일, 대구 공사장에서 60대 노동자가 3.5m 아래로 추락해 합판 등에 깔려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노조는 사업주 측이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장치도 없이 작업하다 발생한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 소식을 접하고 고통스러웠다.

평소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해 왔는데도, 너무 자주 들리는 소식이라서, 길지도 않고 잠깐 포털 사이트에 올라갔다 사라지는 기사여서, 나 역시 산재를 남의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 보면 아주 이상한 일이다. 일하다가 사람이 죽는 게 과연 정상적인가? 산재에 무감해질 만큼 기사가 자주 나오는 일이 정상적인가?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는 그렇지 않다는 긴 외침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가족들과 동료들의 투쟁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몇 번이고 말해야 하리라. 일하다 사람이 죽는 사회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이건 옳지 않다고.

책을 읽으며 무관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는데, 책 말미의 문장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한 사람의 죽음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는 당신의 연대가 일터의 안전을 조금씩 나아지게 했다. 어떻게 해야 한 명의 삶이라도 더 지킬지 고민하는 이들의 마음이 앞으로도 일터를 더 안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는 그저 읽고 관심을 가질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누군가를 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언젠가, 모두가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세상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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