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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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울면 안 된다. 유토에게는 슬퍼서가 아니라 기뻐서 우는 거라고 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렵겠지만, 그래도 전하고 싶다.

"고마워."


때때로 소중한 기억은 음악으로 남기도 한다. 그런 음악을 구현하여 오르골로 만들어주는 가게가 있다면 어떨까?

이 책은 '마음속에 흐르는 음악을 구현해주는 오르골 가게'를 중심으로 한 7편의 소설이 실린 단편집이다.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며 추억, 고민, 꿈, 소중한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장점과 단점이 꽤 극명한 책이다.

첫 번째 장점은 매력적인 소재다. '오르골'과 '추억'이라는 소재 모두 독자의 낭만과 향수를 자극하는 소재이다. 심지어 어딘가 신비롭기까지 한 오르골 가게가 배경이라니. 게다가 책 속에서 묘사되는 오르골 가게가 퍽 낭만적이다. 제목과 달리 고요한 가게 안 가득 차 있는 오르골, 손님을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작업하는 가게 주인이자 오르골 장인. 여행지에 이런 가게가 있다면 꼭 한 번쯤 들려 보고 싶은 곳이다.

두 번째 장점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따뜻한 책이라는 것.

등장인물이 처해 있는 상황 모두 한 번쯤 겪어 봤거나 앞으로 겪어 볼 수 있는 순간들이고, 그래서 공감하기가 쉽다. 평범한 삶에서 스쳐지나가는 감정과 생각의 편린들을 단편 내에서 잘 포착하였다. 슬프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소설 분위기가 무겁지 않기 때문에 솜이불 속에서 발장구를 치듯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

단점은 책이 담아내는 감정의 깊이가 너무 얕다는 것.

단편 연작소설인 점이 이 소설의 패착으로 보인다. 한 명의 인물을 구축하여 장편으로 잡거나 수록작 수를 줄이고 개별 작품의 길이를 늘렸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된다. '힐링'과 '감동'을 표방했지만 독자들에게서 그런 감정을 이끌어내기에는 책이 묘사하는 감정과 삶이 너무 얕다. 이제 막 몰입되려는 차에 이야기가 끝난다. 개별 작품의 길이가 짧아 오르골의 비중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 경우도 있다.

특히 일본문학 중에서는 감동을 목적으로 한 소위 '힐링소설'이 범람한다. 그런 작품 중에서 차별점을 가지려면 목적했던 '감동' 하나만은 확실히 잡고 가야 한다. 그 점에서 조금 미흡했던 것 같아 아쉽다.


이 책에는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과의 추억, 꿈과 삶을 지키려는 마음이 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오르골은 그런 사람들에게 해답이 되어 주기도 하고, 위로가 되어 주기도 한다. 잠시 헤매던 사람들이 나름의 답을 찾고 다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은은한 위로를 받았다.

제목과는 달리 이야기에서 묘사되는 오르골 가게는 매우 조용하다. 제목의 뜻이 소설 내에서 풀이되기는 하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해석했다. 이 오르골 가게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쌓이는 장소인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의 삶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고 그런 삶이 차곡차곡 쌓이니, 이 고요한 오르골 가게는 '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가게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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