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서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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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문득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

토실토실 말랑말랑,

그 어떤 거친 바닥에서도 뼈와 장기를 푹신푹신하게 받쳐주는 엉덩이.

심한 말못된 말독한 말을 들은 하루

몽실몽실 내 마음을 감싸그 어떤 명사와 동사도

경동맥을 찌르지 못하게 지켜주는

그런 마음의 엉덩이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엉뚱한 제목에 사랑스러운 표지의 어피치 에세이이다.

저자는 서귤책날개의 저자소개에 따르면 고양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 회사에 다니며귤을 좋아해서 손이 노란 작가라고 한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프롤로그 내가 너의 엉덩이가 되어줘도 되겠니?

part 1 내일은 더 대충 살자

part 2 너무 많이 사랑하는 습관

part 3 치킨코인 발명가 혹은 다이어터

part 4 결국 모든 것은 지나가니까

part 5 외계인의 직장 표류기

part 6 터키식 아이스크림 같은 인생

에필로그 이 간지러움을 당신에게

 

제목과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 힐링 에세이로앞서 출간되었던 라이언 에세이와 한 시리즈로 보인다.

다른 에세이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비주얼적 측면이 아주 크다는 것어피치 일러스트가 아주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책 반 그림 반이다.

분홍분홍한 어피치가 마구마구 아낌없이 팍팍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어피치 덕후들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

 

말투는 이 글의 화자가 어피치인지서귤 작가인지 모를 정도로 귀엽고 정감 있는 말투이다.

재잘거리는 듯한 말투로 우리가 살면서 들을 일이 별로 없을 말을 들려준다.

'내일은 더 대충 살자', '내 귀여움을 뽐내 는 일을 게을리한 건 아닌지등 다소 당황스러운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심지어 방귀(!) 이야기도 거리낌없이 등장한다아무런 내숭 없이 일상 이야기를 그대로 털어놓으며 힐링을 전달한다.

 

행복한 이야기가 좋아상처로 가득한 다른 사람의 삶 같은 거 보고 싶지 않아.

나는 이렇게 오래도록 닫혀 있을 것이고슬프지만 아마 쉽게 변하지 않을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은하에 머물러주는 너에게큰 소리로 외치고 싶어.

고마워정말 고마워.

우리의 은하에 공기가 없어서 이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는다 해도아주 큰 소리로.”

 

'힐링'을 주제로 하고 있는 데다 '발랄함'이 특징이기 때문에 내용은 무척 가벼운 편이다.

평소 어피치를 좋아하거나 가벼운 책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할 만 하지만무게감 있는 산문집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비추천하고 싶다.

 

초반에는 조금 당황스럽다이미 말했듯 방귀 얘기가슴 애기 가리지 않고 나오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적나라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고줄거리가 있는 글이 아니라 내용과 내용 사이에 맥락이 없다.

그래도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가 세상을 많이 사랑스럽게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괴로울 게 뻔한데도 좋아하는 것은 습관인가 봐.

그렇게 사람에게 상처를 입고도 당시이 좋아.

정말 어쩔 수 없어좋아서.”

 

아직도 비틀거리고헤매고상처가 많은 우리지만그래도 사랑하고 기대하길 포기하지 말라고 어피치가 말하는 것 같았다.

 

살아남는 건 우리의 찬란한 재능마르지 말자바스러지지 말자.

이 긴 밤이 긴 인생너와 나의 조촐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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