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은 우리가 살 자리를 내주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 여자들은 자신이 가져야 할 것을 스스로 보고 가져가고, 비록 호된 값을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자유를 향한 목마름을 거듭 확인하는 사람들이다."
모로코 사회의 여성에 대한 성적 억압, 그리고 보수성을 고발하는 레일라 슬리마니의 『섹스와 거짓말 : 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여자들』이다.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다들 그것을 억압이라 부르는데 그들은 그것을 신성과 보호라고 불렀다. 이 책은 그 거대한 사회 속에서 각자의 싸움을 치르고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저자 레일라 슬리마니는 소설 『그녀, 아델』의 저자이다. 모로코 라바트에서 출생하여 프랑스로 이주했고, 프랑스 정치대학을 졸업했다. 모로코 사회와 프랑스 사회 모두 충분히 겪어 본 그녀는, 이번에는 모로코 여성들의 앞으로 마이크를 돌려준다.
대한민국 역시 성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직 보수적이다. 그러나 간통죄가 폐지되는 데 이어 최근에는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가 생기고, 성교육 시간에 콘돔 사용법을 교육하며, 이윽고 낙태죄까지 폐지하는 데까지 왔다. 여성들의 처녀성에 대한 신성화 역시 갈수록 그 빛을 바래고 있다. 느리지만 우리는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교가 지배하는 모로코 사회는 아직 그렇지 않다. 모로코에는 아직 간통죄는 물론이며 낙태죄도 존재한다. 모로코 사회는 여전히 여성들에게 혼전순결과 처녀성을 요구한다. 심지어 신랑 측은 결혼할 때 신부 측에 '순결 증명서'를 요구할 수 있다.
(세상에, 순결 증명서라니!)
한 커플이 키스하는 사진을 SNS에 게시한 것만으로도 경찰이 출동하고, 동성애자는 이 사회에서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다. 세계5위의 포르노그래피 소비국은 모로코는 신성과 보호라는 명목 하에 젊은이들에게 모든 성의 자유를 원천 차단한다.
"성적 권리는 없어도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하찮은 부속품과 같은 권리가 아니다. 성적 권리를 실행하고, 자기 몸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위험 없이, 기쁨의 원천인 채로, 모든 강제로부터 자유로운 성생활을 누리는 것. 그것은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할, 절대로 양도해서는 안 되는 근본적인 요구이자 권리인 것이다."
순결을 잃은 여성은 그때부터 가치 없는 인간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여성들은 어떻게든 혼전순결을 유지하려 애쓰며, 순결을 지키기 위해 항문성교를 선택할 정도이다. 처녀막 재생 수술은 당연하다는 듯 존재한다.
또한, 남자들은 결혼할 여자는 당연히 순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런 여성과 결혼하기를 원한다.
순결, 그 얼마나 허황된 가치인가.
게다가 이것은 유구하게도 여성에게 특히 강조되는 덕목이다. 남자에게도 순결이 요구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순결을 신성화하여 몸에 대한 자유를 빼앗고, 억압할 수 없는 사회가 되기를 원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자신이 갖는 것, 자기 자신이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지는 것, 이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여성에게는 오랫동안 이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고, 이제 점차 자신의 손으로 찾아가는 중이다.
"순결 숭배는 폭력이에요. 사람들은 여성을 보석처럼 취급하는 척하면서 극도로 어색한 제단 위에 올려놓죠. 악의에 찬 남성들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구실로요."
이처럼 성적 자유에 극도로 보수적이며 억압하는 사회는 여성에게 특히 지옥이지만, 여성에게만 살기 힘든 사회도 아니다. 성욕은 인간의 당연한 본능인데도, 이 사회 속 모든 사람들은 그런 본능을 올바르게 해소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부부 사이가 아닌 젊은이들은 성교를 하기 위해 호텔이나 모텔을 찾을 수 없다. 자동차, 숲 속, 화장실 등이 그들이 찾는 곳이다. 자칫 들킨다면 경찰이 출동한다.
물론 지금 다룬 사례와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사례는 모로코 사회의 이야기이지, 우리 사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성에 대한 성적 억압은 어느 한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세계적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변화해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상술했듯 기쁘게도, 우리 사회는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모로코를 포함한 전 세계의 국가가 바람직한 변화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
성적 욕망은 단순히 묻어두고, 억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 각자의 몸에 대한 결정권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
"더 이상 나는 여성을 보석이나 사탕에 비유하면서 음탕한 시선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꼭꼭 싸매야 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여성을 가두거나 감옥에 넣으면서 언제나 그게 여성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말하죠. 여성은 충동이요, 유혹이다. 여성은 오라 즉 부정의 대상입니다. 사람들은 여성의 귀가 시간에 대해 설전을 벌이고, 여성의 신체나 옷차림을 두고 흥분합니다. 그런데 코란은 여성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어요! 이슬람교에서 여성의 존재는 무엇보다 탁월한 감각과 지식, 그리고 이성을 겸비한 자유로운 인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