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게 (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인간의 가치를 생산성으로 재단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타인에게 공헌할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것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한동안 열풍을 일으켰던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중 한 사람인 기시미 이치로의 신간이다.

전작에서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주장했던 그가 이번에는 '늙어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 더 나아가 '다시 살아갈 용기'를 주창한다.

'노화'는 언제나 인간에게 최대의 두려움이었다.

늙음과 죽음을 두려워해 불로불사를 꿈꾸다 파멸한 인물은 옛이야기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그 유명한 진시황도 불사약을 찾아 온 천하를 뒤지지 않았는가.

그래서 그런지 판타지 장르에 등장하는 인외종족들은 대부분 늙지 않고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살거나심지어는 아예 죽지 않는다.

사람은 언제나 젊음을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술을 발전시켰고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그것을 상당 부분 이루어냈다그러나 그것은 노화를 늦춘 것뿐그래서 아직까지도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해서인간이 영원한 젊음을 손에 넣었을 때 어떤 비극이 시작되는지 그린 소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내가 읽은 책 중에서는 잉여인간 안나가 그 대표격이었고밀레니얼 칠드런도 그런 시대가 배경이다.

그래서 나는 인간의 육신에 영원이 허락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나는 언젠가 찾아올 나의 끝을 의연히 받아들이리라 생각해 왔다땅 위에 태어난 생명인 이상 갈수록 힘을 잃으며 늙어 가고 끝내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어 있다이것은 당연한 것으로 이 법칙만큼은 건드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지금이제 막 성인이 된 지금그 생각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성장하고 있다'라고 했다면이제부터는 '늙어 가고 있다'라고 할 것이다지금까지 나이를 먹으며 무언가를 얻어 왔다면이제부터는 얻은 것들을 하나씩 잃어 가기 시작할 것이다.

아직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청춘이라고 부른다좋을 때라고나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 시절이 정말 한때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언젠가는 두 다리로 마음껏 뛰어다닐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언젠가는 등을 꼿꼿이 펼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언젠가는 두 눈으로 세상을 또렷이 볼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나는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기시미 이치로는 부서지기 직전 같은 마음에 꽃잎을 한 장 던진다.


"인간은 몇 살이 되어도 진화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디를 향해 진화하느냐는 점입니다."


저자는 늙음이 잃어 가는 과정이 아니라고 말한다젊었을 때와 비교해 보았을 때 또다른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 말한다속세의 경쟁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발전을 꿈꿀 수 있을 것이라고젊었을 때 하지 못했던 것을 나이 들어 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말한다.

반대로젊었을 때 잘했던 일을 나이 들어서 못하게 되었다고 해도 낙담할 것 없다저자는 삶을 '빼기'가 아닌 '더하기'로 보라고 말한다.

젊었을 때의 자신을 기준으로 하고 뺄셈하여 지금의 자신을 바라본다면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지금 여기 있는 나를 기준으로 두고 더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그 즉시 '잘하지 못하는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새로 시작한 일이니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게 '잘하게 되는것의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노화와 더불어 얻게 될지도 모를 병에 걸렸을 때와더욱 노화하여 병석에 눕게 된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일러 준다.

이제 더는 도움이 될 수 없다고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며 살 수밖에 없다고 낙담하지 말라는 것이다.

인간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어떤 상태든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살아 있는 것만으로 타자에게 공헌할 수 있다.'


우리 모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공헌했던 때가 있을 것이다다시 그때로 돌아가는 것뿐인데어쩐지 마음이 불안하다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정말 괜찮을 걸까이 책은 괜찮다고 말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괜찮다는 말이지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라고.

늙음에 매몰되어서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스스로 한계를 짓고 전부 놓아 버리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이 나쁜 의미로 늙어버릴 것이다그때까지 계속해서 무언가를 탐구하고익히고계속해서 성장하고 싶다.

지금의 젊은 나는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뛰어다니며 현재의 삶을 살고 있고무언가를 하고 있다이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삶아니 내려놓아야만 하는 삶일까그런 삶을 떠올리면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모르기 때문에 미래가 두려웠다.

어쩌면 미래의 나와 미리 화합의 물꼬를 터 두는 것그게 언젠가 늙을 나를 받아들이는 좋은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머리가 희게 센 나를 떠올리면 아직은 너무나 막연하다머리가 희게 센 내가 과거의 나를 떠올려도 지금과 비슷할 것 같다.

그때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내는 것그것이 첫 과제가 아닐까 싶다.

"지금 여기에 있다.
그 외에 무엇을 더 바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