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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치학과 교육
마이클 W. 애플 외 지음, 김미숙.이윤미.임후남 옮김 / 우리교육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리바이어던에 홀린 사람들
홉스의 공포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타인을 잡아먹고 싶으면서도, 혹 자신이 잡아먹힐까 두려워한다던 노신의 말처럼 사람들은 죽고 죽이는 유혈경쟁의 틈바구니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이제 더이상, 사랑과 우정 그리고 연대, 자율과 참여, 민주주의, 포용과 배려의 가치가 논의의 전제가 되지 않는 홉스의 세상이 오고 있다. 자본시장의 효율성이 절대적 가치가 되어 잘난 놈만의 세상을 유토피아로 그려지고 있다. 잘난 놈이 잘사는 불평등은 더이상 정의의 관점에서 논할 일이 아니라 진화의 자연적 사실이자 발전의 동력이라 뻔뻔스레 이야기되고 있다. 지배와 불평등은 사회적 불가피성이 아니라 경제적 발전의 정당한 필요조건이라고 이야기되고 있다. 자본이라는 성에 홀린 이들은 더 이상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한 채 유형살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모든 문제는 교육의 책임?
애플은 이런 세상에서 교육의 문제와 가능성을 총체적 시야 속에서 성찰하고 있다. 사회/정치/경제/문화의 문제를 (공)교육의 문제로 환원시키고, 교육의 문제를 교사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신자유주의의 퇴행적 천박함을 깊이 파고 든다.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의 위험한 결함이 가져오는 비극적 사실을 육감적으로 묘파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의 논의는 맥도날드의 값싼 감자튀김이 되어버린 교육의 비극을 정면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과연 교육이란 것이 잘난 놈의 횡포를 정당화하고, 공정성을 효율성으로 대체하는 것인지 묻는다. 이제 다시 교육이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이지만 소박한 물음 앞에 다시 서게 만들어 줄 것이다.
문화적 논의?
애플은 탈근대 논의의 장점으로 비판적으로 수용한다. 애플은 '나는 대중문화의 중요성을 밝힐 것이며, 문화 정치학을 이해하고 사회적으로 더 공정한 교육과정과 교수 모형을 만드는 데 대중문화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촉구할 것'(20)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먼산위에서 북새통의 저자거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교육의 성찰적 논의가 에세이(물론 몽테뉴에서 보듯 에세도 훌륭하고 고급스런 논의이지만)에만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의 논의는 '현학적'(?) 담론장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현실을 몸으로 체험하고 분노를 토로하는 사람치고는 조금은 무기건조하고 불친절하다. 소통의 배려는 부족하지만 물론 사람에 대한 넘치는 애정과 선의를 느끼고 싶은 이들이라면 애플의 이야기는 좋은 소재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