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2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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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모국에 대한 일본의 횡포를 그 어떤 텍스트나 영상보다도 생생하게 나타내고 있다. 다 읽은 후 감정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았으나 대체 어떻게 남겨야 할지 막막했다. 그저 사람들이 꼭, 꼭 한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문장 몇 가지만 추려보았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한수산 작가님은 무려 27년을 보내셨다고 한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님은 ˝이 소설을 읽은 후 이전의 삶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없는 각성과 성찰을 시작하신다면, 이 작품으로서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이 될 것입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적어도 나에게는 성찰의 계기가 되었으며 각성의 발판이 되었던것 같다.

후손들아, 우리를 기억해다오. 나라 잃은 우리들이 겪어야 했던 이 저주받을 고통을.

일본인 구호대는 아이고 어머니, 아이고 어머니 하고 울부짖는 조선인들을 결코 병원으로 옮겨주지 않았다. 조선말을 하는 그들에게는 물도, 먹을 것도 주지 않았다. 방공호에서조차 그들은 내쫓겼다. 다친 몸으로 일본인들의 차별과 멸시 속에 버려진 조선인들은 거리에서, 부서진 건물더미 밑에서, 누군가의 집 처마 아래서, 다리 밑에서, 강가에서 죽어갔다. 마지막까지 시체의 잔해가 그대로 남아 있던 것도 조선인들이었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다친 사람들을 들것에 싣고 병원으로 가다가도`아이고!` `어머니!` `물 좀 주세요, 물!` 하는 조선말 신음소리를 들으면 그들을 거리에 내다버렸다

나가사끼는 나에게 조국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잊지 않으리라. 나가사끼는 나에게, 나라가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나가사끼에서의 날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걸 이처럼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 거다

우리가 겪은 고난을 가르치고 기억하게 할 거다. 어제를 잊은 자에게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어제의 고난과 상처를 잊지 않고 담금질할 때만이 내일을 위한 창과 방패가 된다.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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