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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꽃이 피네 (양장본)
법정 지음 / 동쪽나라(=한민사) / 199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나는 때때로 불안하다. 물질적으로는 옛날보다 풍족해졌는데도 말이다.
삼십년 전 나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은 산골에서 살았다. 첩첩 산중에는 해도 빨리 넘어간다. 바깥은 칠흙처럼 어두웠고 오로지 가물거리는 호롱불만이 어둠을 쫓아주었다. 그래도 어머니와 나는 호롱불밑에는 머리칼을 태워가며 뜨개질을 하곤 했다. 털실 또한 새 것이 아닌 입다가 입다가 질려버린 스웨타를 풀어 놓은 것이었는데 꼬불꼬불한 것은 그만 두고라도 조금만 힘을 가해도 낡은 실이 툭툭 끊어져서 매듭투성이인 실로 목도리도 짜고 장갑도 짜고 그랬다.
그래도 그땐 행복했다. 텔레비전도 없고 지직거리는 라디오 뿐이었어도....... 한 이불 속에 발을 들여놓고 이야기꽃을 피웠고, 등이 근질거리면 이가 달아날까봐 재빠르게 옷을 훌러덩 벗어 호롱불 앞에서 이를 잡던 시절이었어도......
우린 너무 많이 가졌다. 그런데도 더 많이 갖기를 바란다. 유행과 패션에 신경을 쓰느라고 해질때까지 입는 옷이 없다. 실용적인 것보다 멋스러운 것을 찾다보니 마음은 늘 공허하다.
<산에는 꽃이 피네> 이 책 속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소유의 삶이야 말로 안락함이라고 말한다. 많이 가지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고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 하나를 가졌을 때 평온하고 행복하던 것이 똑 같은 것을 두 개 가졌을 때는 처음의 행복함을 찾을 수 없고 소유의 행복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정스님은 '단순하고 간소한 생활에 보탬이 되어 주는 사람은 나의 벗이 될 수 있지만, 무엇을 자꾸만 갖다 주어 내 단순함과 간소함을 깨는 사람은 벗이라 칭할 수 없다.'고 하셨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정말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필요한 몇 가지 외의 모든 것은 겉치례일 뿐이다. 가난하게 살아본 사람들은 더욱 잘 알 것이다. 무엇인가를 사기 전에 꼭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지금 내게 꼭 필요한것인가를.......
많이 가진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무소유가 편안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