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티마을 큰돌이네 집 - 눈높이 어린이문고 3 눈높이 어린이 문고 101
이금이 지음 / 대교출판 / 199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엄마가 아팠을 때 가슴이 철렁거린 기억이 모든 사람들에게 한 두번쯤 있을 것이다. 나의 엄마는 농사일에 집안 일까지 하느라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셨다. 그래서 밥이나 한 술 뜨기 위해 마루에라도 걸터 앉을라치면 '아아아, 아이구 허리야, 다리야!' 하는 소리를 후렴처럼 달고 다니셨다.

그 때마다 나는 얼마나 가슴이 철렁거렸는지 모른다. 혹시 우리엄마가 죽지나 않을까 하는 공포가 검은 하늘에 번개불처럼 번쩍번쩍 스치고 지나갔다.

그 공포는 엄마없는 하늘 아래에서 겪어야 할 모든 설움을 떠올리며 슬프하기도 했는데 그것들은 모두 콩쥐팥쥐 이야기나 장화홍련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못된 계모이야기와 같이 연상되어 더욱 더 무서운 이야기로 상상되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엄마는 지금 칠순이 되도록 건강하게 살아계시다.

좋은 새엄마는 없는가. 얼마든지 좋은 새엄마가 있을텐데도 왜 못된 새엄마 이야기만 오래도록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게 하는가.

굳이 통계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해가 갈수록 급증하는 이혼율 때문에 새엄마 새아빠가 늘어나고 있다. 어짜피 같은 가족으로 살아야 할거라면 처음부터 나쁜 선입견은 좋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좋은 새엄마도 많다는 것을 알게 해줄 필요가 있다.

이 책을 마치 '좋은 새엄마도 얼마든지 많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좋은 새엄마가 둘 씩이나 나오니까.

얼마전 인기였던 영화 <스텝맘>을 보았는가. 거기에 새엄마 줄리아 로버츠가 전처 아이들에게 얼마나 헌신적으로 봉사하는가 자신의 직업을 내팽개쳐가면서까지 말이다. 정말 영화같은 이야기긴 하지만 감동받았다.

가난때문에 집을 나간 엄마. 제대로 돌볼 사람이 없는 어린 남매, 큰돌이와 영미가 있다. 이웃에 있는 할머니의 주선으로 어린 영미가 부자집의 양녀로 가고 큰돌이네 집에도 새엄마가 들어온다.

큰돌이는 친엄마를 못잊어 새엄마를 보지 않으려고 하지만 못생기고 걸걸한 목소리에 꼭 남자같은 새엄마는 어수선한 집안을 반짝반짝 윤이 나게 만들어 놓고 말못하는 할아버지에게도 잘한다. 술만 마시면 삶의 의욕을 잃었던 아버지도 점점 활기를 찾고......

한편, 영미는 교수인 새아빠와 예쁘고 교양이 넘치는 새엄마 밑에서 잘살고 있지만 자꾸만 오빠 생각이 난다. 그래서 오빠를 만나면 주려고 유치원 아이들의 물건을 몰래 훔치게 되고 결국 들통이 나게 된다.

큰돌이네 새엄마는 아무리 못살아도 친남매가 어떻게 헤어져 살 수가 있냐면서 영미를 데려오자고 아버지께 말하고 영미는 집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두 새엄마들이 그렇게 착할 수가 없다. 친엄마 이상으로 아이들에게 잘하고 큰돌이네 새엄마는 오는 날부터 내집인양 닥치는 대로 치우고 쓸고 닦고 구석구석 박혀 있는 빨래감을 꺼내 눈부시게 빨아놓는다.

이 책을 읽으면 못된 새엄마의 이야기는 먼 전설 속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작가가 그것을 노리고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좋은 새엄마들이 있다니 기쁜 일이다. 새엄마와 사는 일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서로 큰 상처를 받지 않고 빨리 한 가족으로 융화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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