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소년' 어쩐지 불길한 생각이 드는 제목이다. 게다가 표지에는 약간 모자라는 듯한 아이가 입을 벌리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한 학년에 한 두 명씩 있을법한 땅꼬마 같은 아이. 나도 그런 아이를 괴롭힌 적은 없었는지...... 그림이 많고 글씨는 별로 없는 그림동화이지만 초등학교 저학년보다 고학년의 아이들에게 더 다가올 수 있는 동화이다. 땅꼬마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졸업을 할 때까지 6년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으면서 외로워하고 나름대로의 해결방법으로 사팔뜨기 흉내를 낸다든가 보통의 아이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까마귀 소리를 흉내내기도 한다는 내용이다. 아이들은 땅꼬마를 따돌렸지만 땅꼬마 역시 아이들을 따돌린 것처럼 보인다. 땅꼬마는 아이들보다 자연의 모든 소리에 귀를 귀울였다. 그리고 굼벵이라든가 지네 같은 다른 아이들은 보기도 싫어하는 것들을 그 아이는 손으로 주무르며 관찰하고 뒷산의 꽃과 나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땅꼬마의 그런 점들이 새로 부임해온 이소베 선생님의 마음에 쏙 들었다. 이소베 선생님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땅꼬마의 모든 것을 인정해주고 칭찬해 준다. 이상한 그림과 삐뚤빼뚤한 글씨마저도. 이소베 선생님은 정말 존경받을 만한 교육자다. 학예회날, 땅꼬마의 까마귀 소리는 전율 그 자체다. 알에서 갓 깨나온 새끼 까마귀 소리, 엄마 까마귀 소리, 아빠 까마귀 소리, 이른 아침에 우는 까마귀들 소리, 마을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우는 까마귀 소리, 까마귀들이 행복할 때 우는 소리...... 그리고 마지막에 고목나무에 앉아 우는 까마귀 소리. 땅꼬마는 목구멍 깊은 곳에서 '까우우워워아악! 까우우워워아악!' 하고 별난 소리를 토해 냈다. 땅꼬마의 까마귀 소리를 듣고 아이들은 모두 울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땅꼬마를 못살게 굴었는지 생각하면서. 책을 덮고 나도 땅꼬마의 까마귀 울음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먼 산의 메아리처럼 귀 속에 웅웅거리며 때리는 것이다. 동틀 무렵, 학교로 타박타박, 해질 무렵 집으로 타박타박 여섯 해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다 타박타박 걸으며 까마귀 울음 소리를 흉내내는 땅꼬마가 보인다. 어른들조차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땅꼬마. 정말 장한 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