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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갭의 샘물 - 눈높이 어린이 문고 5 ㅣ 눈높이 어린이 문고 5
나탈리 배비트 지음, 최순희 옮김 / 대교출판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인간에게 영원히 살고자 하는 욕망을 갖게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생명의 연장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던 중국의 진시황제마저도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다.
이 책은 5,6학년 정도의 초등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읽을 수 있는 동화로 나온 책이긴 하지만 무거운 주제인 만큼 성인들에게 쉽게 읽힐 수 있는 책이다.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도 빨리 어른이 되기를 바라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시간과 영원이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기 위해서다.
주된 내용은 숲 속 길을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샘물을 마시고 나서 영원히 고통과 죽음으로부터 제외된 삶을 살게 되는 터크네 가족이 십년을 하루같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인간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가. 우연치 않은 사고와 질병과 죽음인데 트리갭의 샘물을 마심으로써 고통과 죽음에서 벗어난 터크네 가족은 큰 축복을 받은 것처럼 비춰지고 그래서 달콤하고 솔깃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영원히 사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 그것은 독자가 판단할 몫이다. 열일곱살 때 샘물을 마신 제시는 인생은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세상이 끝날 때까지 다양한 변화를 구경하고 즐기지 않는다면 자신들에게 주어진 그 많은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한다.
반면 제시의 아버지 터크는 변화없이 영원토록 한 자리에 멈추어 있는 삶은 삶도 아니며, 길가에 널려 있는 돌멩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움직이고 변화하고 자라고 그리고 결국에는 죽어 없어짐으로써 새로 태어나는 생명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것이 자연의 올바른 질서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영원한 삶이 결코 축복이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위니라면 트리갭의 샘물을 마시고 영원한 삶을 택했을까 아니면 보통 사람처럼 나이를 먹으면서 늙어서 죽는 삶을 택했을까. 책을 놓을 때까지 독자를 갈등하게 한다.
희망에 차 있는 아이들은 아마 제시같은 생각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서 도전하고 싶은 것들로 꽉 차 있고 아직 인생이 무엇인지 다 알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인생을 어느 정도 산 나는 아버지 터크와 같은 생각으로 기울어졌다. 그날이 그날 같이 끝없이 널려 있는 것이 삶이라면 발전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이 짧다는 사실이 인간에게 무한한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가 변화하지 않았을까.
'굵고 짧게 살자'는 말처럼 이 책은 오래 살기를 바라지 말고 자신 앞에 닥친 삶에 최선을 다하라고 한다. 길게 늘어진 지루한 삶보다 오히려 짧은 인생이 얼마나 더 알차게 빛날 수 있는지를, 생각만 하면 얼마나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지를 말해주고 있다. 또 아무런 변화없이 지루한 삶을 사는 터크 가족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죽을 수 있는 우리의 평범한 삶이 얼마나 더 축복인가를 가르쳐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