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열전 - 신보다 돈이 많은 금융시장의 제왕들
세바스찬 말라비 지음, 김규진 외 옮김, 오인석 감수 / 에프엔미디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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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지펀드와 빌리언즈

  • 헤지펀드 열전

  • 공매도와 대주주 양도세

최애 미드 <빌리언즈>

<빌리언즈>에는 두 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연방검사로 나오는 척 로드와 헤지펀드 CEO인 바비 액설로드다.


억만장자인 바비 액설로드를 잡으려는 검사의 척 로드의 이야기라는 소재만 보자면 선과 악의 구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즌이 지날수록 진짜 악은 누구인지, 선이 존재하긴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어쩌면 악과 악의 대결일지도.

그런 대결구도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헤지펀드의 내부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헤지펀드란?

Hedge 헤지 또는 헷지라고 부르는 이 표현은 '위험회피' 또는 '위험분산'으로도 해석이 된다.

주식시장에 빗대자면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의 가격변동의 위험성을 다른 자산 또는 반대방향의 포지션을 가짐으로써 상쇄하는 것이다.

그러나 헤지펀드는 단순히 위험성을 회피하는 전략을 가지는 펀드라는 의미보다는 큰 돈을 가지고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세력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같은 영화에 비친 월가의 모습이 눈에 선하기 때문일 것이고, 언론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세력의 장난질이 먼저 머릿 속에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헷지펀드는 시장의 큰손이기 때문에 그들의 움직임이 큰 파동이 되어 개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조지 소로스의 퀸텀펀드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헤지펀드 열전>


그런 헤지펀드의 수장들의 면면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책 <헤지펀드 열전>이다. 소로스펀드, 르네상스테크놀로지, 시타델 등의 헤지펀드를 키워낸 대가들의 투자에 대한 생각과 전략을 살펴볼 수 있다.

2011년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책이 23년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시장에 따라 롱과 숏을 어떻게 배분하며 레버리지는 어느 정도의 규모로 사용하는지의 투자흐름을 쫓아가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엄청난 수익금이 쌓여 있다. 여기엔 시장의 심리를 읽는 눈이 뒷받침된다.

존스는 투자자들의 감정이 주가 추세를 만든다고 믿었다. 주식시장이 상승하면 투자자들이 낙관주의를 형성해서 주가가 더욱 상승하고 낙관주의가 더 커진다는 식이다. 이런 피드백 고리(feedback loop)가 주가 상승 추세를 형성하며 이를 따라가면 수익성이 있다. 단, 진정한 기술은 피드백 고리가 주가를 지속 불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려서 탐욕이 공포로 바뀌고 시계추가 반대로 움직이기 직전, 즉 투자 심리가 반전되기 전에 빠져나오는 데 있다.

<1장. 헤지펀드의 대부 앨프리드 윈즐로 존스> 59p

탐욕과 공포가 반복되는 주식시장에서 그 심리의 시계추가 반전되기 전에 빠져나오는 데 있다고 이야기하는 헤지펀드의 대부 앨프리드 윈즐로 존스의 이야기는 또다른 대가인 하워드 막스의 시계추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까지나 승리하지는 않는다. 천문학적인 부를 가지고 있다가도 한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모든 금액을 날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볼만한 종목 선정 방법, 매크로 분석 방법, 차익거래 방법 등을 되새겨 볼 수 있다. 역사적인 사실에 빗대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현재에 적용에도 틀리지 않다.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닉슨 정부는 베트남전 실패라는 진실을 가리고 있었다. 정부는 임금과 가격을 통제해 인플레이션을 덮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미국 우량 기업들은 회계 놀음으로 자사의 진실을 감추고 있었다.

<2장. 블록트레이더 마이클 스타인하트> 87p

감추고 있다. 덮고 있다. 이런 서술어들은 지금 한국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것 아닌가. 덮여진 진실을 생각해내지 못하면 이내 곧 망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상상해볼 필요가. 역사에 비추어

이 시점에서 소로스는 포퍼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과 융합해 '재귀성(reflexivity)'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포퍼가 글에서 제시했듯이, 상장 기업의 세부 사항들은 너무나 복잡해서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투자자들은 추정과 지름길에 의존해 현실을 재구성한다. 그러나 소로스는 낙관적인 추정이 이루어지면 주가가 상승하믕로써 기업이 자본을 저렴하게 조달해서 실적을 개선할 수 있으므로, 지름길이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다는 것을 알았다. / 이 피드백 고리 때문에 확실성을 찾기가 두 배로 어려워졌다. 먼저 사람은 현실을 명확히 인식할 능력이 없다. 게다가 현실 자체가 이 불명확한 인식들의 영향을 받고, 그 인식들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소로스는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견해와 상반되는 결론에 다다랐다. 재무 이론은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주식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모든 정보가 가격에 반영될 때 시장이 효율적인 균형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서 출발한다. 그러나 포퍼의 제자인 소로스에게는 이 전제가 인식의 근본적 한계를 무시한 것이었다.

<4장. 금융의 연금술사 조지 소로스> 144p

주식시장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소로스의 철학도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재귀성 이론에 대해서 말이다. 사람들의 인식에는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효율적 시장가설을 믿는 사람들의 뒷통수를 때리는 이야기다.

도리어 그가 진솔하게 설명한 바에 의하면, 그의 방식은 시장의 행동에 대한 각본을 쓴 다음 위험이 작은 베팅으로 가정을 반복 테스트해서 각본이 실현되는 시점을 포착하는 것이었다. 수년 후, 존스는 이런 각본을 쓰게 해준 심리적 준비운동을 설명했다. "매일 저녁, 아파트 안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는다. 내가 거래소에 있는 모습을 그린다. 시장이 열리고 하루동안 시장을 헤쳐갈 감정 상태들을 그렵고 상상한다. 이 준비운동을 매일 반복했다. 그리고 나서 실제 거래소에 가면 이미 준비가되어 있다. 전에 가본 적이 있다. 이미 극단적인 감정을 거쳐 살아가기 때문에 이를 이용할 정신 상태가 되어 있다.

<6장. 로큰롤 카우보이 폴 튜더 존스> 208p

항상 시장에 대한 각본을 쓰고 움직이는 폴 튜더 존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우리가 생각없이 매수, 매도 하는 행태를 반성하게 된다. 우리는 개미들을 방해하는 헤지펀드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우린 그만큼의 노력을 안해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공매도나 대주주 양도세

당장 손에 잡을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거래를 책을 통해 접하다 보면 지금 한국주식에서 이슈가 되는 공매도 금지나 대주주 양도세 문제 같은 건 이들에게는 별 대수롭지 않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공매도가 금지되면 숏 베팅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니 굳이 이 시장에 헤지펀드가 참여할 요인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이어졌다.

그럼 이 시장이 이대로도 괜찮은건지... 많은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겠다. 언급하지 않은 <헤지펀드 열전>의 나머지 부분을 통해서도 같이 겹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는 것도?

결말이 탐탁치 않았던 빌리언즈의 이야기에서는 어떻게 되었을까? 바비와 척의 대결은 누구의 승리로 끝이 났을까? 넷플릭스나 티빙을 통해서 드라마도 같이 보면서도 헤지펀드의 실상을 들여다 보는 것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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