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투자자 - 벤저민 그레이엄 직접 쓴 마지막 개정판, 개정4판
벤저민 그레이엄 지음, 이건 옮김, 신진오 감수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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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치투자자를 표방하거나, 가치투자에 새로이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 앞에는 항상 큰 산이 놓여있습니다. 대대로 명성이 자자한 매우 훌륭한 명산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실제로 정상까지 올라가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레 겁이 나서 쉽사리 도전할 엄두조차 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초입에서부터 포기하여 되돌아왔다거나 어느 정도까지 오르다 되돌아 내려왔다는, 다른 사람들의 무수한 이야기는 이 산을 향해 쉽게 첫 발을 내딛지 못하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었습니다.

  가치투자자들 앞에 놓인 그 큰 산은 바로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입니다. 가치투자자에게 언젠가는 해야 할 방학 숙제 같은 책이지요. (‘현명한 투자자증권분석이라는 더 험준한 산을 더 부드럽게 깎고 다듬어 쓴 책이지만 여전히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더불어 이러한 험준한 산을 더욱 오르기 어렵게 만든 것은 번역이라는 장애물입니다. 어려운 용어와 예스러운 직역투의 번역은 산을 향해 쉬이 발을 내딛지 못하게 하는 또 하나의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개정 4판의 현명한 투자자는 이러한 투자자들의 어려움을 최대한 고려하여 내놓은 책입니다.(투자서 번역의 대가, 이분이 번역한 책이면 믿고 읽는다는이건 선생님께서 직접 번역을 하셨습니다)

현명한 투자자라는 오르기 힘든 험준한 산길을 재포장하여 정비를 한 느낌이랄까요. 앞길을 가로막는 큰 바위는 옆으로 덜어내고, 오르막길에는 발이 편한 나무 계단을 깔았습니다. 낭떠러지가 있는 부분에는 난간을 설치해놓았으며,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는 옆으로 조금 둘러가는 계단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건 선생님의 역자 후기에는 이런 글이 있습니다.

 

가급적 ‘쉽고 간결하게’ 옮기려 노력했다. 원문의 ‘의미’에는 크기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원문의 ‘형태’를 유지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독자들이 현명한 투자자라는 명산의 참 맛(의미)을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부적인 등산로(형태)는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 수정을 해놓았다는 말입니다. 험준한 산길을 잘 오를 수 있도록 포장을 해놓은 것이지요. 전문용어를 조금 더 쉽게 풀어 가독성을 높이고, 제대로 된 의미 전달을 위해 필요하다면 원문의 형태가 아닌 어느 정도의 의역을 통해 독자들이 읽기에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다시 그려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한결 쉽고 편하게 명산에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쉽고 재미있는 독서를 위한 역자의 노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마련된 편안한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르게 되면 한 가지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벤저민 그레이엄의 주식시장(그리고 그 안에서 활동하는 인간)에 대한 통찰력입니다. ‘현명한 투자자가 투자자들에게 아직까지 널리 읽히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일 것입니다.

  혹자는 현명한 투자자에 나오는 내용들이 지극히 상식적이고 뻔한 이야기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책이 발간된 시기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현명한 투자자가 처음 발간된 시기는 1949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전이지요.(우리나라로 따지면 무려 6.25가 발생하기 1년 전인 시기입니다) 70년 전에 이미 그레이엄은 주식시장의 여러 특성들을 파악했습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마치 지금의 주식시장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면, 신규상장 주식에 대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나는 모든 신규발행 증권을 경계하라고 권고한다. 이렇게 강하게 권고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신규발행 증권에는 특별한 판매술이 동원되므로, 자칫하면 이런 판매술에 넘어가기 쉽다. 둘째, 대부분 신규발행 증권은 시장 여건이 발행자에게 유리할 때 발행되므로, 투자자에게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발행 기업의 최근 실적만 제공되었으므로, 투자자들이 기업을 평가하기가 어려웠다. 최근 실적이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대체로 안전해보였다. 그러나 이는 대게 나중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는 불건전한 방식이었다.

 

  오늘날에도 신규 상장되는 수많은 종목들은 상장을 위해 실적을 이쁘게 꾸미고 몸값을 한껏 높여서 상장하게 됩니다. 그에 따른 피해는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게 되지요.

  또한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성장주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성장주란, 성장률이 과거에도 평균보다 훨씬 높았고 장래에도 계속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가리킨다. 성장주의 안전마진을 계산할 때는 과거실적 대신 미래 실적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여기에 성장주 투자의 위험이 놓여있다. 인기 성장주의 시장가격은 합리적인 가격보다 훨씬 높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안전마진의 크기는 언제나 매수 가격에 좌우된다. 안전마진이 충분치 않다면, 성장주에 분산투자해도 만족스러운 실적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면, 밝은 전망에 대해 이미 가격을 지불한 셈이므로, 투자자의 예측이 적중해도 수익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 높은 성장률은 영원히 유지될 수가 없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성장률이 둔화하고, 흔히 하락세로 돌아선다.

 

  7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레이엄의 통찰력은 여전히 유효한 셈입니다.

  흔히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에는 모두 인간 본질에 대한 파악과 통찰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당시의 시대를 앞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제시했던 책들은 모두 고전(Classic)’이 되었지요. 이러한 통찰력은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기에, 예전에도 널리 읽혔고 지금도 읽고 있으며, 미래에도 읽히게 될 고전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현명한 투자자는 미래에도 널리 읽히게 될 고전(Classic)’입니다.

 

  워런 버핏이 강조했던 제 8투자와 시장 변동성과 제 20투자의 핵심 개념 안전마진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유명한 미스터 마켓(Mr, Market)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 등장하는 챕터이지요. 버핏이 강조했듯 해당 챕터는 항상 곁에 두고 되새겨야 할 부분입니다. 곧 이 부분을 처음 접하실 수많은 투자자들이 부러워집니다. (인터넷에서 흔히 말하듯, ‘안 본 눈 삽니다라는 심정이랄까요..) 이외에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투자에 대한 주옥같은 내용들은 앞으로 이 책을 읽게 될 수많은 투자자분들이 곧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혜택입니다. (그래서 이번 서평에서는 책의 내용을 하나하나 요약하고 정리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개정판을 통해 현명한 투자자라는 험준한 산길이 한결 오르기 편해진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산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한 가지 더 드리고 싶은 조언이 있습니다. 산행을 위해서는 한가지의 준비물이 더 필요 합니다. (등산에 있어 등산스틱과 같은 준비물이랄까요,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그것은 바로 채권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입니다.

  그레이엄은 끊임없이 채권과 비교하여 주식의 예상 수익률 및 적정 가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산배분과 관련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책을 읽다보면 단순히 주식투자를 위한 책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자산배분 지침서 같은 느낌마저도 듭니다.

  예를 들면, 그레이엄은 방어적 투자자는 채권 50, 주식 50의 비중을 기본으로 하되 주식의 비중을 25~75 사이로 조정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중을 기본으로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는 여러 채권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나오는 아래 예시 문장이 바로 이해가 되지 않으신 분들은 우선 채권에 대한 기본 지식을 먼저 갖추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1964년 4.5% 수준이었던 우량 회사채 수익률이 지금은 약 7.5% 이상이다. 이렇게 채권 수익률이 급등한 탓에, 20년 만기 중기 채권의 시장 가격은 최대 38%나 하락했다.

 

  채권의 수익률이 오르면 채권의 가격은 하락한다는, 채권 수익률과 가격 간의 관계를 모른다면 위 문장은 너무도 난해합니다. 아마 많은 투자자분들께서 현명한 투자자라는 산길에서 되돌아 나오셨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채권이라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셨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준비물을 제대로 갖추고 오른다면, 충분히 명산의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처럼, 준비한 만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자 모든 준비를 마쳤다면, 새롭게 단장한 쉽고 간결한등산로를 따라 현명한 투자자의 정상을 향해 천천히 올라가볼까요?

  책의 마지막 장의 마지막 구절을 원문으로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현명한 투자자를 오르게 될 투자자분들도 해당 구절까지 무사히 도달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In the world of securities, courage becomes the supreme virtue after adequate knowledge and a tested judgment are at hand.

 

 

 

P.S 채권에 대한 정보 얻기가 어려우시다면, 팟캐스트 신과 함께에서 박종연 박사님이 진행하셨던 채권 관련 방송(3부작)을 들어보시기를 권장합니다.

또한 이번 개정판 이전에 출간된 제이슨 츠바이크의 논평이 수록된 판도 매우 훌륭합니다. 특히 제이슨 츠바이크의 논평은 2003년 경에 씌어졌기에, 그레이엄의 원칙을 비교적 최근의 주식시장에 적용하여 서술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해당 판도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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