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인문학 서재 - 투자의 고수는 무엇을 공부하며 어디에서 답을 찾는가
서준식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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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권형 주식 투자법(서준식의 다시 쓰는 주식투자 교과서)으로 유명한 서준식님의 신간입니다. 저자가 최근 펀드매니저 생활을 정리하고, 올바른 투자 철학 알리기 위한 가치투자 전도사로서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이후 첫 결과물인 셈입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인문학(특히 역사와 경제가 혼합된 경제사관)의 관점에서 세계의 큰 흐름과 주요 경제학의 고전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제사관의 관점에서 세계사의 큰 흐름을 서술하는 부분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만, 무엇보다 책의 제 2장에서 경제학고전에 대한 저자의 쉬운 설명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이 장에서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마르크스의 자본론’, 케인즈의 일반이론3가지의 경제학 고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가치를 비용가치, 교환가치(가격), 효용가치 총 3가지로 구분하여 해당 가치들의 움직임과 상호 영향 등을 통해 고전을 설명합니다.

 

 

  위 그림은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되어 있는 그림 중 일부입니다.

 

비용가치보다 가격(교환가치)가 높다면 자연스러운 생산활동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효용가치가 가격보다 높다면 자연스러운 소비활동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은 곧 자연스러운 경제 발전을 이끌어 내고, 효용과 비용 사이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경제는 더욱 발전하게 됩니다. 이것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원리이며, 국부론의 핵심입니다. 시장을 통해 자연스러운 발전을 맡기되, 다만 독점이나 담합을 통해 가격과 효용의 차이가 너무 가까워질 때에는 소비활동이 위축 될 수 있으므로 정부는 이를 감시, 감독하는 역할만 하여야 합니다.

 

자본론에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 내재된 모순으로 인해 자본주의는 결국 붕괴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아담 스미스를 포함한 고전경제학에서는 생산된 것은 (가격이 효용보다 낮게만 형성된다면)모두 소비가 될 것이라 예측하였습니다. 하지만 실제의 자본주의의 역사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죠. 마르크스는 생산된 잉여가치들의 대부분은 자본가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 버리고 노동자의 몫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 예측하였습니다. 아무리 효용가치가 높아도 지불할 돈이 없다면 소비활동이 멈추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을 멈추게 될 것입니다. 결국 과잉 생산에 의한 필연적인 공황상태를 예견한 것이지요. 그의 예언대로 1929년 대공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케인스의 수정자본주의가 등장합니다. 저자의 말을 빌어 표현하자면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이라면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이고, 케인스의 일반이론은 이들을 통합하는 의 역할을 한 것입니다.

노동자가 소비할 돈이 없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을 멈춘다면, 정부가 노동자에게 소비할 돈을 만들어 주라는 것이 케인스의 핵심 주장입니다. 소비할 수 있는 돈을 유효수요라 하는데, 부족한 유효수요로 인해 꺼져가는 소비의 불씨에 정부가 기름을 붓고 불씨를 살려 다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게 하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케인즈니언(케인스 주의자)이라 칭하는 저자는 케인스의 이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이라 주장합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투자와 관련된 여러 가지 상식들(금리,환율,내재가치 계산법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올바른 투자의 길로 접어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가치투자 전도사로서 저자의 소망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장이었습니다. 투자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은 꼭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투자자의 인문학 서재라고 붙인 이유는, 투자에 있어서 무엇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얘기하듯 투자는 예술의 영역에 가깝다면 이러한 투자술을 위한 도구는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지식이 아닌 자유로운 상상력과 인간에 대한 통찰력입니다. 이 책은 투자자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인문학(경제와 역사) 지식들을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버핏의 위대한 동업자 찰리 멍거가 늘 강조하듯, 투자자는 여러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두루 갖추고 자신의 내부에 정신적 격자틀(Latticework of models)’을 하나하나 짜나가야 합니다. ‘망치를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는 말처럼 한가지의 지식만을 가지고 있다면 모든 문제의 해답 한가지로만 보일 것입니다.

투자에서 인문학적 지식이 필요한 이유는 투자는 망치 하나로만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투자를 함에 있어서는 망치 뿐만 아니라 드라이버도 필요하고 스패너도 필요할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또 다른 하나의 도구를 갖추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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